섹션

통계청장, 생명보험료 뺀 물가지수개편 전날 생명보험 업계 면담 '논란'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통계청이 물가당국의 요청을 묵살하고 가계지출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보험료를 지난해 개편된 새 물가지수(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장이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회의 전날에 물가조사 신규 품목으로 거론되던 생명보험의 업계 당사자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생명보험료는 당시 한국은행 요청으로 조사대상에 넣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국가통계위 회의 결과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조사대상이 되면 보험료 인상 등에 대해 정부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로비의 객관적인 증거는 없지만 생명보험료가 새 물가지수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면 신빙성은 충분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에 따르면, 우기종 청장은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개편을 결정하는 국가통계위원회 회의 전날인 지난해 11월22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삼성생명 부사장 등을 만났다.

홍 의원은 "삼성생명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간담회를 가진 사실 자체만도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재정기획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0년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시, 통계청의 외부의견 수렴내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새 물가지수 개편 당시 생명보험료를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며, 통계청도 생명보험료의 물가 영향도를 매우 높게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은 측은 요청 이유에 대해 "(생명보험이) 민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앞으로도 그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통계청 측에 설명했다.

또 '2010년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가중치 산정 결과' 자료를 보면, 통계청은 생명보험료에 대해 쌀·빵 등 17개 항목을 포괄하는 '빵 및 곡물' 품목의 가중치(22.6)에 버금가는 수준인 20.7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통계청은 낸 보험료에서 받은 보험금을 빼서 계산하는데, 생명보험료는 자동차보험료와 달리 장기간 적립하고 보험금 수령 일시가 불특정하다는 이유에서 보험료 지출 산정의 어려움 때문에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