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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美변호사, 이 대통령 개입 의혹 제기… 또 대선 쟁점되나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파문을 일으킨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BBK 관련 미국내 소송을 담당해 온 재미 변호사가 BBK 사건의 주범은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대주주이던 회사가 유상증자로 받은 수십억원의 행방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고 주장하며 이 대통령의 사건 개입 의혹을 제기, 대선을 앞두고 BBK사건이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년 전부터 현재까지 BBK 사건의 법적 피해자이며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기획입국설' 논쟁에 휘말렸던 김경준씨(46·수감 중) 등이 세운 옵셔널벤처스코리아(현 옵셔널 캐피탈) 소액주주의 미국 내 민사소송 대리인을 맡아온 한국계 메리 리 변호사는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BK사건과 관련해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있다"며 "BBK 사건의 종범이거나 무관한 사람처럼 알려진 에리카 김이 실제로는 사건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년 간의 소송 기록을 정리해 책으로 낸 리 변호사는 이날 에리카 김이 주도적으로 40여개 유령회사를 설립했으며 다스와 합의해 옵셔널벤처스가 회수해야 할 횡령금 140억원을 다스로 불법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옥에 있는 김경준씨가 무슨 수로 140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빼내 다스로 보낼 수 있었겠느냐"라며 "에리카 김이 모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2003년 최초 검찰 수사에서 에리카 김을 빼놓은 채 밑그림을 그린 탓에 검찰 역시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리 변호사는 또 'BBK 사건'의 핵심은 BBK 자체가 아닌 'LKe뱅크'에 있다고 주장했다.

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라는 한 상장회사에서 벌어진 희대의 금융사기극"이라면서 "LKe뱅크는 이 대통령, 에리카 김, 에리카 김의 동생 김경준과는 뗄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BBK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회사"라며 LKe뱅크를 '악의 꽃'으로 규정했다.

리 변호사에 따르면, LKe뱅크는 이 대통령, 에리카 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 김경준 등이 주도해 설립한 회사다.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옵셔널 벤처스'라는 유령회사를 세움과 동시에 한국에서 이 대통령과 김경준이 LKe뱅크를 설립했고 이 대통령이 사실상 '홍보' 역할을 했다는 것이 리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2002~2003년 체포영장 청구 대상에 에리카 김이 빠졌고 Lke 뱅크로 자금이 지출되고 거기서 옵셔널 주식을 판매한 사실이 있었는데 Lke 대신 오리엔스라는 (유령) 회사 이름으로 자금이 지출된 것으로 그림이 그려졌다"며 "그래서 이 대통령과 에리카 김이 수사대상에서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리 변호사는 이어 "이 대통령도 주가조작에 개입됐을 개연성이 충분하지만 검찰이 이 부분을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리 변호사는 "옵셔널 측이 2001년 6월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확보된 많은 주식이 이 대통령이 대주주로 있던 LKe뱅크 쪽으로 넘어갔다"며 "LKe측이 증자에 참여한 미국의 유령회사로부터 받은 주식이 총 91만주, 45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하며 두말할 나위 없이 사기행각의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LKe의 대주주로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돈의 수혜자가 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데 검찰은 이 수익금이 어디로 갔는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며  '덮어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와 관련, 2007년 Lke에 대한 수사요청서를 검찰과 청와대에 민원서류로 제출했는데 서울중앙지검도, 청와대도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리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 이상은씨가 대표로 있는 '다스'를 거론했다.

리 변호사는 먼저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는 김경준 남매와 이명박 대통령이 동업관계에 있을 당시 김경준이 광은창투라는 작은 회사를 인수해 만들어 옵셔널 벤처스의 자회사처럼 보이게 한 회사"라며 "김경준 남매는 이를 통해 옵셔널 벤처스 코리아의 투자금 380억원을 김경준의 스위스 계좌 등으로 빼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준이 에리카 김과 빼돌린 380억원을 다 가지려다 이명박 측이 압박을 가해오자 스위스 계좌를 통해 140억원을 다스의 계좌로 불법 송금해 줬다"며 "이 일이 있기 전에 다스가 김경준에게 받은 50억원까지 합치면 총 190억원으로 이는 380억원의 딱 절반"이라고 말해 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김씨 남매와 동업 관계였음을 강조했다.

또 "'eBANK Korea'라는 회사안에 LKe, BBK 등이 속해 있었지만 자본금을 돌려쓰는 사실상 하나의 회사"라며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에리카 김과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옵셔널벤처스는 김경준씨가 회사를 주가조작에 이용하고 자금을 빼돌렸다며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371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냈으나 집행을 통해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BBK 사건은 재미교포 김경준씨가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금융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 불법수익을 챙긴 사건이다.

김씨와 이 대통령이 공동 설립한 Lke 뱅크를 매개로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혹이 확산돼 검찰과 특검이 차례로 수사에 나섰으나, 2007년 12월 검찰 수사결과와 이듬해 2월 특검 수사결과에서는 김씨만 체포돼 구속되고 이 대통령과 BBK의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던 김 전 총무기획관은 BBK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징역 8년이 선고돼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