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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한국-세계은행 협력기금 비회원국 북한 지원에 못써"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한국 정부가 세계은행에 출연할 9000만 달러의 협력기금을 북한 지원용으로는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들을 때 마음이 아프지만 북한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니다"라며 "협력기금은 회원국에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북한엔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부친이 17살 때 북한에서 피난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북한의 비극적인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정치적 문제 때문에 공식적인 지원은 어렵다"고 다시 한 번 지원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만, 대화가 시작돼 북한이 지원받을 길은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별 정부 간 정치적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피했다.

다만, "북한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한국과 세계 모든 국가가 북한이 하루속히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5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간 뒤 한국의 발전상을 볼 때면 항상 자랑스러웠다"며 한국은 개발원조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진정한 변화를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높이 평가하며 개발원조 사업의 중요성도 설명했다.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 개도국에 혁신적인 개발정책과 재원을 제공하게 됐다"며 "협력기금은 한국의 개발전문성을 토대로 교육·인프라 분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과 정부운영체계(거버넌스), 지식 공유, 녹색성장 부문에 역점을 두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총재는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은 일자리"라며 "세계은행은 한국 기업과 협력해 개도국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무소에는 세계은행 산하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민간부문 투자 담당)와 국제투자보증공사(MIGA·개도국 외국인직접투자를 장려하고자 정치적 리스크에 보증 제공)의 직원들이 온다는 점도 소개했다.

한국 정부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송도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위치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며 결정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비켜갔다.

또 인천이 송도에 금융허브를 만든다는 계획도 이날 송영길 인천시장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1997년 겪은 외환위기를 보면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된 남성들이 차마 집에 이야기는 못 하고 정장차림으로 공원에 온종일 앉아있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일자리는 소득의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존감과 사회적 결속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을 언급하며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신속한 대응과 더불어 국민의 결속력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선 기후변화가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세 살배기 내 아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땐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농작지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