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재벌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재벌 계열사 5곳 중 1곳 꼴로 내부거래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56개사는 작년 매출 전부가 같은 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또 삼성, 현대차, GS, LG 등 재벌 중의 상위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들은 상장사보다는 비판과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상장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재벌계열사 5곳 중 1곳 내부거래비율 70% 넘어
1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 소속 1165개사의 내부거래 총액이 2010년 128조1000억원에서 작년에는 162조3000억원으로 26.7%(34조2천억원) 늘었으며 내부거래 비율도 평균 12.55%에서 13.77%로 1.22%포인트 상승했다.
또 30대 재벌그룹 소속 1165개사의 지난해 계열사 간 매출 내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 비율이 70% 이상인 계열사는 18.1%인 211개사였다.
이는 전년도의 190개사보다 21개사(11.1%)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70% 이상 내부거래를 한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으로 21곳씩이었다.
GS가 20개사로 그다음으로 많았으며 SK(16개사), CJ(15개사), LG(14개사), 한진(13개사)도 10곳을 넘었다.
내부거래비율 70% 이상의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한진과 현대그룹이었다.
한진은 8개에서 13개사로, 현대는 0개에서 5개사로 각각 5개사가 늘어나 가장 많이 늘어났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매각으로 내부거래 비율 70% 이상 계열사가 10곳에서 3곳으로 7곳이나 줄었다. 동양도 8곳에서 4곳으로 감소했다.
◇내부거래비율 100% 계열사 48개→56개로 증가
작년 매출 전체가 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내부거래비율이 100%인 곳도 56개사(4.8%)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48개사에서 1년 사이에 8개사(16.7%)가 증가한 것이다.
내부거래비율이 100% 계열사는 삼성그룹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LG가 5곳으로 2위였다. GS, STX, 부영, 코오롱, 영풍그룹이 각각 4곳이다. 현대차, CJ, 동국제강은 3곳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이 기간 4곳에서 6곳으로, 현대차는 2곳에서 3곳으로, LG는 3곳에서 5곳으로 각각 늘어났다.
삼성그룹에서는 작년 매출 1810억원을 기록한 삼성종합화학을 비롯해 1053억 매출의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가 내부거래비율 100%로 나타났다.
LG그룹에서는 엘지도요엔지니어링, 씨에스리더, 하이텔레서비스, 아인텔레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했다.
중소재벌에서 내부거래비율 100% 회사가 많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하다.
1년 새 영풍과 STX 모두 1개사에서 4개사로 3곳이 늘었으며 코오롱(2개사→4개사)과 동국제강(1개사→3개사)도 2개씩 증가했다.
◇일감 몰아주기 채널은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율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인 계열사는 대부분 비상장사인 것으로 드러나 비상장사를 통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가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벌들이 일감을 몰아줄 때 상장사보다 비상장사를 선호한 것이다.
작년에 내부거래 비율 70% 이상 계열사 211곳 중 상장사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13곳(6.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198곳, 93.8%)는 모두 비상장사였다.
작년 내부거래 비율 100%를 기록한 계열사 56곳도 모두 비상장사였다. 2010년에도 48개사 중 상장사는 2개사에 불과했다.
범위를 좀 더 넓혀 작년 내부거래비율 70% 이상인 211개사 중 상장사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13곳(6.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198곳, 93.8%)는 모두 비상장사였다.
이처럼 내부거래비율이 높은 계열사 중에서 비상장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비상장사가 상장사와 달리 비판과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주주총회나 사외이사, 공시 등을 통해 다양한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사는 이런 견제 통로가 없기 때문에 손쉽게 일감 몰아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재벌들이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면서 "비판과 감시가 적은 비상장사를 통한 내부거래는 공정경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벌들이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비상장사가 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장사의 비상장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도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비율이 높다는 것은 총수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면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 연구위원은 "비상장사 지원 과정에서 상장사도 좀 더 나은 거래 기회를 잃어 손해를 본다고 추정할 수 있으므로 상장사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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