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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반올림' 근로자복지공단에 삼성반도체 노동자 집단산재 신청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림프종, 폐암, 유방암이 발병한 5명의 노동자가 집단산재신청을 냈다. 이들 중 2명은 올 5월과 8월에 이미 사망했다.

이들 중 사망한 박효순, 이경희씨(각각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와 투병 중인 김기철(사내 하청노동자)씨 등 3명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직접 일했고, 2명은 아웃소싱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시민단체 '반올림'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들을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하고 배상해야한다"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에게 발병한 직업병에 대한 산재 인정을 16일 촉구하고 나섰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단체인 반올림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암 발병 및 사망 소식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추가로 발병하거나 사망한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 노동자 5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다시 또 참담한 마음으로 근로복지공단 앞에 서게 됐다”고 입을 연 뒤 “우리는 새로 확인된 두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다섯 사람의 추가 산재신청을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산재신청을 했지만 재생불량성빈혈에 관한 사례 단 1건만 인정받았고 오늘의 신청도 승인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커녕 내치는 것이 공단의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산재 신청을 한 1984년생인 고(故) 박효순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2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6·8·9라인 포토베이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다 2006년 초 건강이 악화돼 퇴사했다. 이후 2010년 11월 악성림프종 4기 진단을 받았고, 올해 8월 19일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 이경희 씨 역시 지난 1994년 23세의 나이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16년 동안 6·7·10·13라인에서 건식식각공정 설비엔지니어로 일했다. 2010년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다 올해 5월 16일 사망했다.

삼성반도체의 사내 하청업체인 (주)크린팩토메이션 소속으로 올해 만 27세인 김기철 씨는 대학졸업반이던 2006년 12월부터 6년 동안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기사로 근무했다. 약 한달 전인 올 9월 초 잇몸출혈로 병원에 갔다가 급성골수성백혈명 진단을 받고 현재 아주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올해에만 이은주(36·여), 김도은(36·여), 이윤정(32·여), 윤슬기(31·여)씨 등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난소암, 유방암과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다.

또 삼성반도체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에서도 암이 집단 발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산재신청을 한 두 김씨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협력업체로 메모리반도체를 다루는 (주)QTS에서 리볼 등 납 도금 업무를 담당했는데, 플럭스, 141B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면서도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완성업체에서 납품받은 불량 납볼을 다시 작업하는 (주)QTS에서는 2010~2012년까지 상시근로자 20명 중 4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1명은 폐암으로 사망, 전체 상시노동자의 1/4이 암에 걸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는 40~50대 여성이 주로 근무했으며, 납, 플럭스 등을 사용해 납도금 업무를 하면서도 환기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대부분 2~3개월짜리 단기계약직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반도체에서 6년간 일하고 뇌종양 수술을 받았으며 최근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만남을 가진 한혜경(35·여)씨 등은 오는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삼성반도체 문제가 재벌개혁과 관련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반올림은 삼성반도체를 상대로 19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