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금융당국이 ‘약탈적 대출’ 논란이 일었던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등 카드사들이 고금리의 카드론·현금서비스를 확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의 카드론 취급액은 1조9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5032억원에 비해 31.6%(4749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카드 전체 매출에서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4.42%에서 올해 5.25%로 높아졌다.
삼성카드의 카드론 취급액도 올해 상반기 2조1223억원으로 전년(2조17억원)에 비해 6%(1206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롯데카드의 카드론은 1조4468억원에서 1조3514억원, 신한카드는 3조511억원에서 2조8485억원, 하나SK카드는 4733억원에서 4547억원으로 줄었다.
카드론이란 카드사가 회원에게 신용도와 이용 실적에 맞춰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최근 금융 당국이 카드 리볼빙 서비스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카드사들이 점점 카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저신용 고객이 리볼빙 서비스 대신 카드론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커 카드업계의 카드론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규제가 커지자 일부 카드사가 대출 부문에서 수익을 내려고 카드론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15~17%로, 20%를 넘는 현금서비스 리볼빙보다는 저렴하지만 이 또한 높은 금리여서 저신용자를 신용 불량의 늪으로 빠트릴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대출자는 48만8316명, 연체된 카드대출 금액은 2조5123억원에 달했다.
카드업계 후발 주자인 하나SK카드는 현금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대출 수익을 높였다.
하나SK카드는 올해 상반기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1조4297억원으로 전년(1조3466억원)보다 831억원 늘었다.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금서비스를 키웠다.
하나SK카드는 카드 할부액 또한 지난해 상반기 1조4697억원에서 1조6441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카드도 이 기간 할부액이 6조7668억원에서 7조949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져 수익성이 좋지 않자 카드사들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피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할부 등을 늘려 수익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