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당국이 신규·갱신 발급을 억제하고 이용한도를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신용카드 발급·이용한도 모범규준'을 21일 내놨다.
신용카드를 손쉽게 만들어 카드빚을 지는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만 신용카드를 만들어서 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월 가처분소득(소득-부채상환액)이 5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용도의 높고 낮음과 관계 없이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지 못한다.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매월 빠져나가는 원리금 상환액이 250만원 이하여야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 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납부액으로 추정한다.
신용카드를 갱신 발급하거나 이용한도를 책정할 때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또 `약탈적 대출'이라는 비판을 받은 카드론은 이용한도에 넣어 관리한다.
가처분소득은 금융당국이 마련한 모범규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발급 여부는 물론이고 한도 책정에도 핵심 기준이 된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빚이 많으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 이들은 카드대출이나 할부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다.
다만 체크카드에 소액의 신용 기능(최고 30만원)이 붙은 `직불기반 겸용카드'는 1장 만들 수 있다. 2장 이상 만들려면 신용도와 가처분소득을 다시 따진다.
신용카드 시장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가 늘어 가계부채의 위험요소로 지목된 지 오래이며, 신용카드사는 그 와중에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번 모범규준이 적용되면 신용카드사의 이익이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회원 모집으로 생계를 꾸리는 모집인의 반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용카드 발급·이용한도 모범규준'이 마련돼 각 신용카드사의 내규에 반영된다.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신용도 1∼6등급에 만 20세 이상만 허용된다. 신용도는 1∼6등급이면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 셈이다. 신용평가회사마다 신용등급을 다르게 매겼다면 그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등급이 쓰인다.
신용카드 발급에서 신용도를 중요하게 보는 까닭은 신용도가 낮을수록 연체율이 급격히 뛰기 때문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등급별 카드 부도율(1년내 3개월 이상 연체 발생 확률)을 보면 1∼6등급은 0.4%에 불과하지만 7∼10등급은 9.0%로 22배나 높아진다.
신용카드 3장 이상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사람은 96만4000명에 이른다. 1∼6등급이 40만명, 7∼10등급이 56만4000명이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중소금융과장은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 630만장 가운데 30만장은 결제능력이 부족하거나 다중채무자에게 발급됐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는 결제능력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신용카드를 만들려면 가처분소득이 적어도 50만원은 돼야 한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하는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을 뺀 값으로, 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납부액으로 추정한다.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때 심사하는 개인의 신용등급은 여러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 가운데 신청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매겨진 등급을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권에 연체정보가 등록되거나 3장 이상의 신용카드로 대출한 다중채무자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이 사실상 금지된다.
금융위 권대영 중소금융과장은 "저신용자에게 마구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폐단과 `카드 돌려막기'를 예방하고 직불형 카드 활성화를 유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에 붙는 이용한도를 책정하는 방식도 까다로워진다. 신용카드사가 자체적으로 결제능력을 판단하던 것에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바뀐다.
가령 월 이용한도 300만원인 A씨가 이번 달에 갚아야 할 현금서비스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이라면 일시·할부로 살 수 있는 한도는 200만원인 식이다.
지금까지는 신용판매(일시불·할부구매)와 현금서비스로 구성됐었다.
또 신용도 5∼6등급은 가처분소득의 3배 이하, 신용도 7∼10등급은 가처분소득의 2배 이하에서 한도를 책정해야 한다.
신용도가 1∼4등급으로 높은 사람은 신용카드사가 예전처럼 자체 기준으로 한도를 두되 한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금감원이 기준을 바꾸도록 요구한다.
다만 연체나 한도 증액이 없었다면 가처분소득 대신 최근 6개월간 월 최다 이용금액을 기준으로 한도를 정할 수 있다.
결혼이나 장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신용카드사가 자체 판단으로 1∼2개월 한시적으로 한도를 올려주는 것은 유지된다.
모범규준은 또 그동안 별도로 이용한도를 두지 않았던 카드론을 이용한도에 추가했다. `약탈적 대출'이란 비난이 쏟아지자 한도 관리 대상에 넣은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신용카드 전체 이용한도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한도만큼만 카드론을 통해 빌릴 수 있게 바뀐다.
A씨가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로 200만원을 썼다면, 카드론은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300만원-2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셈이다.
카드론을 신청하기 전 3개월간 평균 이용한도에서 신용판매·현금서비스 등 평균 이용금액을 뺀 규모 이하로 이용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김영기 상호여전감독국장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무분별하게 써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2010년 13만6000명에서 지난해 17만6000명으로 늘었다.
신용판매와 카드대출을 합친 전체 이용한도를 정할 때는 가처분소득이 많고 신용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신용도 1∼4등급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한도를 받는다. 이들은 연체율이 0.1%에도 미치지 않은 `우량 고객'이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0.1∼0.2%인 5∼6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배까지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7등급 이하는 가처분소득의 2배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이용한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최근 6개월간 연체나 한도 증액이 없었다면 월별 사용액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한도로 삼는다.
모범규준에는 매년 1차례 이상 신용카드 이용한도를 점검하고, 6개월간 이용실적이 없으면 이용한도를 줄이는 기준·절차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 사전동의없는 신용카드 이용 권유를 금지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어 신용카드 해지를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모범규준은 이달 말까지 신용카드사가 각자 내규에 반영해야 한다.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안에 완료해야 한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호황을 구가하던 신용카드 업계는 이번 모범규준 제정으로 신용카드 발급·사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협회는 신한·삼성·현대 등 전업계 카드사의 순이익이 1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10%를 까먹는 셈이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는 지난해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줄곧 강화됐다.
특히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고 카드대출 리볼빙을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카드영업의 근본인 발급·사용 규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면초가'가 됐다.
신용카드 회원을 모아 수수료로 생계를 꾸리는 모집인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들은 지난 19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 모여 신용카드 불법모집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 제도 철회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국은 신용카드 억제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당장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미는 체크카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한 가운데 체크카드 사용이 신용등급 평가에서 가점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체크카드 사용이 신용카드에 견줘 신용등급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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