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하고 자율 휴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대형마트 대표들과 전통시장 대표 등 중소상공인들이 합의해 대중소 유통업체들의 자발적 상생협의체인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칭)을 결성, 이 같은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는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규제 위주였던 그간의 정책에서 탈피, 대중소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풀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효과를 놓고는 출범 전부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2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그간 골목상권 영업 문제를 놓고 수년간 극심한 갈등을 거듭해 왔던 체인스토어협회,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대표들은 이날 전국상인연합회,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대표들과 만나 출점 자제와 자율 휴무 시행을 합의하고, 포괄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5일까지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발족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 협의회를 통해 각 지자체가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시행중인 강제 휴무의 효율성과 대형마트의 자발적 출점 자제 및 자율 휴무 이행, 중소상인 지원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대형마트쪽에서는 한국 체인스토어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이마트 최병렬 사장,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 홈플러스 왕효석 사장, GS리테일 홍재모 대표, 롯데슈퍼 소진세 대표이사, 이마트 에브리데이 심재일 대표가 나왔고, 중소 유통업체측에서는 재래시장 대표격인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과 한국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를 중재한 지경부측에서는 홍석우 장관과 정재훈 산업경제실장, 박원주 산업경제정책관이 배석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번 합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을 위해 자율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민주화 논란이 한창인 정치권과는 별도로 누구보다도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련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들은 이번 협의회 구성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규제 일방이 아니라 논의의 장을 마련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아직 출점 제한이나 영업 규제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자발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라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서로 뜯고 뜯기는 싸움을 해오던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보호하면서도 소비자들의 권익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협의체를 구성해 부작용없이 논의를 해보자는 원칙적 차원의 논의"라며 "아직 자발적으로 출점을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은 합의한 바가 없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 안팎에선 협의회가 발족하면 대형마트 영업규제 및 출점제한과 관련해선 인구수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일정 지역에 한해 자발적으로 영업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공인들은 그간 골목상권 영업 문제를 놓고 수년간 극심한 갈등을 거듭해 왔다.
양측의 갈등은 특히 지난 2009년 대형마트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잇따라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며 극에 달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SSM 규제를 위한 사업조정제와 영업규제 조치를 도입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듯 했지만, 각 지자체가 조례로 도입하게 한 대형마트 휴일 영업규제에 대해 행정법원의 무효 판정이 내려지며 오히려 상황이 더 꼬이게 됐다.
최근에는 절차상 문제를 일부 보완해 영업규제 조치가 부활했지만 코스트코가 서울시의 규제 조치를 대놓고 무시하며 영업을 강행,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