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단기·변동금리 위주인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를 장기·고정금리로 유도하기 위한 법률이 입법 예고됐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장기·고정금리 대출재원 확보를 위해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외화 조달 금리를 낮추는 한편 가계대출 구조개선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커버드본드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으로, 일반 은행채에 비해 안정적이다.
우량자산이 담보이기 때문에 발행기관의 신용이 보강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가산금리가 치솟는 금융위기가 터지면 더 각광을 받아 위기 상황에서 장기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된다.
은행이 담보로 잡히는 자산(기초자산집합)은 은행의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만 파산위험으로부터는 제외돼 은행이 망해도 파산재단에 들어가지 않는다.
커버드본드 투자자는 담보로 제공된 기초자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갖기 때문에 은행 등 발행기관이 파산해서 망해도 담보자산에서 가장 먼저 빚을 받아내 투자금을 건질 수 있고, 담보가치가 낮을 경우에는 발행기관의 다른 자산으로 변제 받는 '이중변제청구권'도 주어져 재원이 모자라면 채권의 담보자산 뿐 아니라 발행기관의 다른 자산에 대해 무담보채권자 중 우선 순위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우선변제권 자체가 제한되는 담보부사채나 이중청구권이 없는 일반 유동화증권과 다른 점이다.
일정 대출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금리변동 위험이 크고 대출금 회수가 늦어져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커버드본드를 통해 이 같은 위험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
특히 조달 자금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재원으로 쓸 수 있어 단기·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외국에서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미 활성화된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법률 근거가 없어 국민은행이 불리한 조건으로 가끔 발행했다.
특혜가 많은 만큼 발행자격은 제한된다. 발행기관은 1000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추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어야 한다. 은행,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이 해당한다.
커버드본드가 담보로 삼을 수 있는 기초자산은 ▲담보인정비율(LTV) 70% 이하의 적격 주택담보대출 ▲국가·공공기관 대출 ▲국·공채 등 안전자산 위주다. 현금, 만기 100일 이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유동성자산과 기초자산의 회수금, 환율·금리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파생금융거래 채권도 담보로 발행할 수 있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면 은행은 금리, 만기, 규모 등 발행계획과 기초자산에 관한 세부 사항을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커버드본드 발행 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직전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발행기관 총자산의 4% 이내가 유력하다.
발행기관은 기초자산집합을 다른 자산과 구분해 관리하고 회계감사 등 독립적인 감시를 위해 감시인을 선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외화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추고 가계대출 구조개선에 쓰일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통상 만기 5년 이상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은행 조달 자금의 만기를 장기화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이 장기간 싼 금리로 안정적 자금을 확보해야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되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한편 퇴직연금시장 확대 등으로 최근 증가하는 국내 장기 채권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의 외화 자금 조달 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발행이 많은 유럽(지난해 말 발행잔액 2.7조 유로) 외에 다른 지역에서 발행도 늘어나 지난 5월 말 기준 달러화 커버드본드 시장은 지난 2005년에 비해 10배 수준인 1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책으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장기·고정금리 비중을 2016년 말까지 30%로 높여야 해 커버드본드 발행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커버드본드 발행 시장이 앞으로 4~5년간 9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10조원으로, 채권자를 보호하려고 총자산의 4%로 발행규모를 제한해도 약 80조원의 발행 수요가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월3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하고 정부 입법 절차를 거친 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