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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 한국은행 실패한 금리정책 탓 크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운데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한국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대선 캠프 측의 '경제민주화 포럼' 간사를 맡고 있는 홍익대학교 전성인 교수는 23일 한은이 지난 7월2일 열린 '한은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 발표내용을 묶어 발간한 논문집에서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는 신용팽창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금리정책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한은이 과도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한 탓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물가안정 위협에 대한 선제 대응이 아닌 성장촉진 측면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성장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폈으나 과도하게 팽창된 신용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물가가 관리범위 내에서 안정세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한은의 통화정책 덕분이 아니라면서 "중국으로부터 저가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며 물가가 안정된 것인데, 통화신용정책이 성장을 위해 왜곡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부채의 팽창은 신용의 가격인 이자율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다스리는 것이 경제원리에 부합한다"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과 관련해서도 금융감독당국이 규제를 자꾸 미뤄 과도한 신용팽창이 가져올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는데도 적기 시정조치없이 느닷없는 영업정지조치를 내려 예금자들이 대처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이 2009년 법무부가 추진한 '통합도산법'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문제의식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감독 당국의 전통적인 규제유예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은이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에 대해 단독조사권, 시정조치·제재권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