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해외 출장을 명분으로 국정감사에 두 차례나 불참석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총수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국정감사에 불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등에 대해 다음달 6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자 해당 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불참석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는 물론, 골목상권 침해나 대형유통업체 영업행태 등 민감한 주제가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를 상대로 한 이 같은 청문회는 이례적인 일로, 이들의 출석 여부를 두고 벌써 다양한 추측이 업계에서 오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이 청문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석해봤자 면박만 당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난 국감 출석 요구에 두 차례나 불응해 놓고 이번에 나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와 23~24일 종합 국정감사에도 해외 출장을 명분으로 국정감사에 불참하고 해외로 도피한 바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명칭부터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확인 청문회'다. 불공정 행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것"이라며 "출석해 봤자 불참한 것 이상의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자격으로 지식경제위원회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에 나갔다가 굴욕에 가까운 질책을 당한 점도 총수 일가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석 요구를 무시하고 불참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공공연히 검찰 고발을 언급하는 등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국감 때 불출석 사유로 제출했던 '해외 출장'을 청문회에 맞추어서 다시 떠나는 것도 국민 정서를 감안했을 때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청문회에 불참할 경우 정치권의 질타는 면하더라도 여론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점도 문제다. 모든 업종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유통업계인만큼 국민들의 비난을 무시하고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골목상권 보호 이슈와 맞물려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져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