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수현 기자] 농심 등 4개 업체의 라면·우동 등 식품이 기준치 이상의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을 포함한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자진회수 결정이 내려지는 등 '발암물질 라면 논란'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5일 벤조피렌이 과도하게 검출된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넣은 농심, 동원홈푸드, 민푸드시스템, 화미제당 등 라면류와 조미료 제품 가운데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4개 업체 9개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식약청은 그러나 벤조피렌 검출량이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 아니어서 자진회수 형식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수 대상 제품은 '얼큰한 너구리' '순한 너구리' '새우탕 큰사발면' '생생우동 후레이크' '생생우동 용기' '얼큰한 너구리 멀티팩' 등 농심 제품 6종, 동원홈푸드 동원생태우동해물맛, 민푸드시스템 어묵맛조미, 화미제당 가쓰오다시 등이다.
이들 외에도 문제의 가쓰오부시가 공급된 업체가 더 있지만 유통기한이 이미 지나 회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식약청은 부적합 원료가 든 제품을 판매한 9개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식약청은 문제의 원료를 쓴 다른 가쓰오부시 제품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원료공급 업체의 시험성적서 조작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식품업체의 자가 품질검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청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농심 측은 "구체적인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름이 거론된 동원 측은 "방금 소식을 들어 아직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최대한 협력해 이른 시일 내에 회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심과 동원 모두 지난 6월 식약청 조사 사실을 통보받고 나서 조미료 납품업체를 교체했기 때문에 실제 회수 대상 물량은 많지 않아 이번 제품 회수로 받는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들 역시 문제가 된 품목은 전량 회수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지만 해당 기업의 제품 자체를 매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마트 관계자는 "회수명령이 내려진 제품은 수개월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 제품은 다 소진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마트도 "문제가 되는 제품은 당연히 회수하겠지만 라면은 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에 이미 다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기업 이미지에 남기는 타격은 단기적인 손해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농심의 경우 문제 제품인 너구리가 '주력 상품'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라 후유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분야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안전성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해당 제품이 실제로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여전히 안전성이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에 회수 조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