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가 빨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회복된다고 전망, 최근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가 최소한 21개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30일 공개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얼마나 장기화할 것으로 보느냐는 한 금통위원의 질문에 한은측은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기간이 (과거 평균인 7분기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한은의 분석대로 지난해 4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됐다면 빨라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은이 경기침체의 구체적인 기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금통위원은 "저성장이 지속하면 `이력효과'에 의해 우리나라 성장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력효과란 낮은 성장 등 과거의 경험 때문에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위원도 "성장잠재력이 훼손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동조했다.
이어 위원들은 주요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의 국내 유입을 염려했다.
한 위원은 "내외금리차, 환차익을 겨냥한 글로벌 부동자금이 단기 투기성 자금의 형태로 과도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은 글로벌 유동성의 과도한 유입을 막기 위해 외환 건전성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환율 급변동에 맞춰 외환시장에 대한 공동검사에 착수한 것도 이같은 언급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저성장 기조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75%로 결정했다.
그러나 임승태 위원은 기명을 요구하며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세계경기의 추가 하방 충격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비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효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정책입지를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대했다.
임 위원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때도 유일하게 동결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