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저축은행의 예금보호한도를 낮추고 예금보험기금의 손실액은 공적자금으로 메우는 등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현행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해 "예금자로 하여금 저축은행 감시 유인을 낮추고 저축은행의 고위험 투자행위를 유발해 저축은행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예금자보호제도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도가 났을 때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에서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저축액을 돌려주는 것으로, 소액 예금자를 보호하고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확산을 방지하는 등 순기능이 많지만, 문제점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 "지난해 저축은행 대규모 부실의 이면에는 예금자보호제도 하에서 낮은 비용으로 (저축은행이) 손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던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예금자가 5000만원 이하를 저축할 때 금융기관의 신용상태를 따져볼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분석한 결과,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부실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수준이 높은 저축은행을 선택해 예금했다.
한은은 또 예금자보호제도가 저축은행의 과도한 위험추구행위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실화한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5000만원 이하 예금자를 끌어모았는데, 저축은행은 이를 고위험 자산에 적극 투자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따른 예금보험기금의 안정성 저하다.
2003~2011년 예금보험기금 저축은행 계정의 누적적자 규모는 14조6000억원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여타 계정의 누적흑자 9조4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은은 "저축은행 계정의 차입액은 최소 15년 이상에 걸쳐 예금보험료로 상환하게 돼 있지만, 그 기간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외부 지원 없이 예금보험기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은은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보험기금을 정리하고 ▲원리금의 일정비율만을 보장하거나 저축은행 예금보호한도의 점진적 축소하는 한편 ▲저축은행별 부도 위험을 반영한 차등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은은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