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경제성장 둔화로 한국의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며 경제성장 없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인 BoA메릴린치는 최근 펴낸 `한국의 대출 질 저하(Korea: Weakening loan quality)'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출 문제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oA메릴린치 크리스티 탠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의 가계부문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탠 연구원은 최근 전체 은행의 대출연체율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등 기업대출과는 달리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전체 은행 대출연체율은 2010년 이래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0년 이후 상승해 최근에는 2009년 초반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 1.01%로 2006년 10월(1.07%) 이후 6년 만에 1%를 넘었다.
문제는 경기 부진으로 가계 대출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4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38포인트로 금융위기 때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사태(2003년 3분기·44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금융위기(2008년4분기~2009년2분기·25포인트) 때보다도 1.5배 높은 것이다.
탠 연구원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없이는 가계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탠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금을 합한 은행의 무수익여신 연체율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상관관계에 있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연체율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인해 당분간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 않아 가계대출 문제 해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