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소비자물가가 1~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식탁물가 등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농산물 유통비용이 소매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산물 소매가격의 유통비용 비중이 평균 41.8%에 달했다. 우리가 사먹는 농산물 가격의 절반은 유통비용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엽근채소류(잎이나 뿌리를 먹는 채소류)로 평균 69.6%에 달했다.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해 `식탁물가'를 끌어올린 김장무는 유통비용이 무려 80.0%였고, 김장배추가 77.1%, 당근과 상추가 각각 66.6%, 62.8%였다.
결국 김장배추의 경우 최근 가격이 폭등해 포기당 3500원까지 치솟았지만 대부분의 돈은 유통업자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8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배보다 배꼽이 커도 한참 큰 상황.
김장에 쓰이는 양념채소류의 유통비용도 평균 48.0%나 된다. 양파의 유통비용은 71.9%이며, 대파(50.8%), 풋고추(48.4%) 등도 유통비용이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감귤(56.1%), 배(47.4%) 등 과일과 닭고기(52.1%), 쇠고기(42.2%) 등도 유통비용이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 셈이다.
유통업체의 대형화도 유통비용을 줄이지는 못했다.
`유통 선진화'를 내세우며 대형 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시장을 급속히 잠식했지만 소매단계 유통비용은 6년 전인 2006년(23.2%)에 비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농촌경제연구원 황의식 식품유통연구부장은 "대형 마트 등이 유통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는 한 이윤을 줄여 유통비용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유통비용 41.8%를 단계별로 나눠보면, 출하단계 10.0%, 도매단계 8.6%, 소매단계 23.2%로 절반 이상의 비용이 소매단계에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농산물은 `산지 농민→농협·수집상→도매시장 중도매인→2차 도매인→소매점→소비자'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 유통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생활협동조합(생협) 등 산지 농민과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등 거주지역에서 조합을 만들어 산지 농민들과 직거래를 할 경우 신선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산지로부터 직접 배달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단계가 줄어들어 가격이 싸지고 농민 이윤도 늘어나는 3중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황의식 부장은 "일본, 유럽 등에서는 `로컬 푸드'로 불리는 생협 운동이 활성화해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생협, 전통시장 등이 힘을 얻어야 대형 유통업체를 압박, 유통 이윤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춘진(민주통합당) 의원은 "현행 유통구조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며 "잘못된 유통구조를 바로잡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