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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 활성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인터뷰  주대관 소장 / (사)문화도시연구소 대표·(주)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

 


“한옥 구조를 선조들이 물려준 과학이라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돼. 옛날에는 과학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왜냐면 한옥은 흙과 나무로 지었는데, 흙과 나무는 언제든지 물을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성질이 있지. 옛날에는 비가 오면 군불을 땠어. 자연스럽게 젖었던 나무와 흙이 말랐지. 군불까지 때줘야 과학인거지. 하지만 요즘 군불 때는 집 있니. 보일러는 집을 말릴 정도가 아니야.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친환경도 아니야. 그냥 생각 없이 흙과 나무를 사용하니까 생태적이라고 말하면 곤란해.”


목조건축은 건축가들에게 ‘돈 안되는 분야’다. 거의 카다로그에 나오는 비슷한 형태의 서구식 목조주택이 설계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대관 소장은 국부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목조건축’ 자체를 활성화시키다보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시장을 키우자는 ‘합의’와 이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생태’와 ‘공동체’적 가치 속에서 목조건축을 만났다는 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의 주대관 소장을 만나보았다.

 

국내 건축가들은 목조건축에 대한 참여가 적다. 목조건축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목조건축은 우리 목재산업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국내 목재의 산업화가 미약하다보니 건축가들이 목조건축을 설계할 일이 별로 없어서 참여가 저조하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진단일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일년에 목조건축을 설계하는 양은 별로 되지 않는다. 소수의 건축가들이 애정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수익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진 못한다.
그런데도 목조건축을 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원칙 때문이다. 엑토건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바로 ‘생태’와 ‘공동체’인데, 개인적으로 ‘문화도시연구소’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매년 학생들과 ‘독거노인 집짓기’ 행사를 하면서 목조건축을 널리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도시연구소’ 활동 속에 목조건축 사업이 있고, 우리가 하는 일은 회원사로서의 활동이라고 보면 된다.

 

문화도시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문화도시연구소는 문화관광부 등록 단체로 ‘도시나 마을이 스스로 존재하도록 돕는 전문가 및 관심 있는 일반인들의 모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도시나 마을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 멤버들이 인식하는 현재의 도시와 마을은 스스로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주적은 신자유주의일텐데, 거대하거나 혹은 상업적으로 번성한 마을만 살아남고 나머지 작은 마을이나 농촌, 열악한 주거 환경은 폐기되는 식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구의 지리가 그렇듯 산이 있으면 호수도 있고 들판도 있는 것인데, 우리는 너무 높은 산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이런 작은 것들의 가치를 살리고 구현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와 관련한 연구 과제들을 많이 진행해 왔다.


예를 들어 문화도시연구소 이름으로 진행했던 ‘서촌 품애 마을 프로젝트’는 재래식 시장을 신시장으로 옮기고 공동화된 도시 문제에 대한 연구였다. 또 최근 ‘농촌마을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있는 듯한데, 이미 2007년에 농림부 정착 과제로 어떻게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원주민과 귀농인이 어울려 잘 살 수 있는지를 연구했었다. 작년부터는 사무실이 위치한 성북구를 대상으로 ‘성북도원 프로젝트’라는 10년 계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재개발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거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제다.

 

목재산업 활성화를 더디게 하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목재분야 종사자 조차도 목재에 대해 안좋은 인식을 가진 경우를 많이 봤다. 예를 들어 휴양림을 가보면 ‘나무는 썩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구조는 콘크리트로 만들고 껍데기만 나무인 경우를 보게 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관련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등 발주처에 해당하는 쪽에서 ‘목구조’에 대한 나쁜 인식이 강해서 오히려 우리가 그들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물건을 파는 사람이 그 물건이 나쁘다며 자기 집은 그걸로 안짓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무가 가진 공학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서 더 많이 적용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되는데 목재산업 관계자마저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이 설계하는 사람들이 목조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

 

목조건축설계시 고유의 건축적 노하우나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항이 있는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목구조를 사용해서 어떻게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할 수 있는가다. 우리나라도 휴양림시설 등 목조를 전면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일부 있지만 아직 인식이 약해 목조건축의 다양한 공간 설계 사례가 부족하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목조건축이 다른 재료로 덮혀서 목재가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서양식 목구조와 동양식 목구조 방식이 많이 다른 것에 대해 적절하게 현대적인 것과 컨버팅을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세 번째는 목구조의 미학적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 목조가 외국으로부터 도입이 되면서 과도하게 서구식 기술이 신격화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내 도입된 서구식 목조건축을 보면 건축적 원리보다 매뉴얼이나 프로토콜로 움직이다 보니 융퉁성이 별로 없다. 일반인이 전문가의 지도를 받지 않고도 따를 수 있도록 작성된 매뉴얼이다. 전문 건축가 입장에서는 이와 다른 방법으로 보강할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매우 간단한 구조 문제도 건축가적 견해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은 결국 공간 연출에 제약이 되는데, 전문가의 디자인까지 매뉴얼로 적용하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목구조가 공간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미학적 가능성들이 안전에 대한 리스크로 숨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서양식 구조법을 사용하고도 우리나라 목구조는 둔탁한 반면 외국 목구조는 날렵한 것을 쉽게 느낄 것이다.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국내 사정과 견줘 ‘저것이 과연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목조건축물이 경쾌하게 지어진다.

 

목조건축의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야 일은 무엇인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콘크리트 위주 건축 시장을 목조로 바꿔서 시장 자체를 늘리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건 목재분야 종사자라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모두가 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공동의 과제에 대해 ‘합의’가 되었다고 보긴 어려운 점이 있다. 공동의 ‘합의’라는 것은 개별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옥’에 사용된 수입 ‘집성목’을 보고, 산림과학원은 “국산 목재를 쓰라”고 말하고 한옥 분야에서는 망치질이 아니라 목재를 깍아서 적용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등 개별적 관심만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당장 원가가 북미산 보다 몇 배 높은 국산 목재를 쓰게 하면 공공기관이야 단가를 인정하니 괜찮지만 그건 단발성 사업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중국산도 쓰고 캐나다 산도 쓰면서 시장을 키워서 우리 목재가 어떻게 경쟁력을 맞출 것인지 연구하고 점차 수입 대체를 해나가야 한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는 대체할 수도 없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글 _ 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주대관 소장 / (사)문화도시연구소 대표·(주)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 현재 홍성천 소장과 함께 엑토종합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를 설립해 지역사회의 주거복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2002년 철암 지역을 시작으로 매년 집짓기프로그램(BDP)을 통해 농촌형 임대주택 및 저에너지형 노인대안홈의 실험을 지속해가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영양목재문화체험장 신축설계, 인제프로젝트-II: 농촌형 임대주택, 공주한옥마을 저잣거리·공예공방, 박수근마을작가공방, 팔랑프로젝트, 산촌유학센터·귀농인큐베이터주택, 하비람살림마을 명상센터 등이 있으며, 한-독 공공건축포럼(2005), 한국현대건축가전: Megacity Network, 프랑크푸르트(DAM), 바르셀로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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