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스마트폰 보조금 또 극성… 이번엔 히든보조금 꼼수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지난 9월 '17만원 갤럭시S3'가 등장하는 등 이통사들의 보조금 과열경쟁 논란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 보조금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이후 안정을 찾는 듯했던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과열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방통위 현장단속에다 출혈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3분기 실적부진으로 이통사들은 "이제는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뒤로는 방통위 현장단속이라는 감시망을 피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히든보조금'이라는 꼼수를 쓰면서 시장이 다시 과열되고 있는 것.

방통위는 앞으로 조사기간 중 히든보조금 등 변칙 보조금 정책이 적발될 경우, 해당 사업자를 가중 처벌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지난달 말 이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대리점과 판매점, 온라인 매장에서 변칙 보조금이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17만원 갤럭시S3가 등장했을 때와 다른 점은 이통사들이 방통위 조사에 발각될 것을 대비해 '히든 보조금'을 쓴다는 것이다.

히든 보조금은 공식 판매 정책문서에는 방통위 지침을 따르는 보조금을 기재해 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방통위 조사직원들의 눈을 피해 단가표에는 반영하지 않고 휴대폰 문자나 영업사원 방문을 통해 몰래 보조금을 조정해 지급하고 있는 것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통사 영업 사원들은 판매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매장을 방문해 보조금을 올리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단말기별로 15~30만원의 히든 보조금을 몰래 지급하고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최신 기종인 갤럭시노트2에 40만원대, 옵티머스G에 50만원대, 베가R3에 60만원대의 번호이동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보다 앞서 나온 기종에는 더 많은 보조금이 붙고, 일부 지역에서는 할부원금이 0원인 '공짜 LTE 스마트폰'도 등장했다.

이렇게 이통사가 게릴라식으로 보조금을 조절하기 때문에 보조금 규모는 수도권, 충청, 경북 등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지난 3월 A사의 수도권 대리점은 "방통위 단속으로 인해 축소된 단가표가 공지됐으나, 실제 단가표는 2배로 보면 된다"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판매점들에게 발송했다. 이 문자 메시지에는 방통위 적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즉시 지워줄 것도 요청했다. 이 기준에서 '베가레이서2' 모델의 경우, 리베이트가 100만원 수준에 육박한다.

5일 B사의 수도권 대리점은 영업사원이 판매점을 돌며 번호이동 10~20만원, 신규 10~25만원을 추가한다고 종이에 써주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6일 또다른 C사의 부산 대리점에서도 영업사원이 판매현장을 돌며 단가표에 히든 보조금을 표시해주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전북 군산 지역에서는 '옵티머스G'를 구입할 경우 '25만원 기변 사은권'을 제공한다는 전단도 뿌려졌다. 기변 사은권이란 일종의 편법 보조금인 셈이다.

이외에도 방통위 현장조사가 없는 금요일~일요일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휴대전화 거래사이트에도 "할부원금이 50만원인 옵티머스LTE2를 번호이동 가입하면 45만원 현금 지급", "번호이동시 옵티머스G 할부원금 66만원, 24만원 현금 지급" 등 보조금 과잉지급 사례가 넘친다.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시장 과열은 번호이동 실적으로 입증됐다.

지난 1일에는 번호이동이 1만6642건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이후에는 2만4706건(2일), 5만6600건(5일), 2만5883건(6일)으로 모두 과열 양상을 보였다.

번호이동은 보조금 규모와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보조금 시장이 과열됐는지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로 쓰이는데, 방통위는 하루 번호이동이 2만4000건 이상인 상태가 일정기간 이어지면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본다.

시장 과열 원인에 대해 이통사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KT의 LTE 성장세에 쫓기고 있고, 3사 중 유일하게 아이폰5를 출시하지 못하는 LG유플러스가 먼저 히든 보조금으로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SK텔레콤이 이달부터 약정·위약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입자를 타사에 빼앗기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조금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는 3사 모두가 꼼수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3사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일제히 수익을 개선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보조금 경쟁을 피할 것이라며 실상과 다른 말을 했다.

3사는 2분기 실적발표 때도 "3분기에는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3분기에 사상 최악의 보조금 대란을 일으키는 등 양치기 소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이통사의 과잉 보조금 조사를 이달중 마무리하고 12월에 처분을 내리기로 한 만큼 편법 보조금 현황도 면밀히 조사해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100만원을 넘나드는 비싼 단말기 가격이 보조금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과잉 보조금 경쟁 근절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추고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오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불러 구두 경고했다.

또 보조금 과열 재개와 관련, 앞으로 발각되는 모든 유형의 편법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재 직전까지 현장 조사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이달 중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자 의견청취 과정을 거쳐 12월 전체회의를 통해 제재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유력시되고 있지만 제재수위 측면에서 영업정지 기간이 어떻게 결정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의 직권조사가 시작되면서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달부터 히든 보조금 등 변칙적 보조금 지급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패널티는 물론 가중처벌까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