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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생활에 환멸" 탈북자 부부 재입북… 올 들어 두번째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남한에서 생활하던 탈북자 부부가 남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북한으로 귀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밝혔다.

중앙통신은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탈북자 김광혁-고정남 부부가 국내외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저녁 이 부부의 기자회견 장면을 방송했다.

북한이 올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탈북자가 재입북했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6월28일 박정숙(남한에서는 박인숙으로 활동)씨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지난 7월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체포됐다고 주장하는 전영철씨까지 포함하면 탈북자 출신의 기자회견은 이번이 세번째다.

중앙통신은 "김광혁은 2008년 3월, 고정남은 2008년 9월 중국으로 비법월경(불법월경)하여 거간꾼들과 남조선 괴뢰 정보기관의 꼬임과 회유, 조정 밑에(아래) 남조선에 끌려갔다"며 이 부부가 남한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속은 것을 깨닫고 지난 9월12일 북한에 재입북했다고 밝혔다.

27세인 김씨는 함경북도 무산군이 고향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중국에 건너갔다가 30대 중반의 남자로부터 "남한에 가면 병도 고치고 돈도 마음대로 벌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남한에 갔다고 소개했다.

또 29세인 고씨는 함경남도 홍원군이 고향이고 함흥시장에서 장사하던 중 탈북 브로커의 꼬임으로 남한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에서 일시적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중국을 거쳐 남한에 갔지만 비참한 생활로 후회했다고 밝혔고, 고씨도 "남조선(남한)은 썩고 썩은 더러운 사회였다. 가정도, 직업도 제대로 가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광혁-고정남 부부는 기자회견에서 각각 탈북한 뒤 남한에서 생활하다 알게 돼 2009년에 결혼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이들 부부의 두 살짜리 아들도 나왔다.

김씨는 이번에 남한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광혁-고정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탈북자 부부가 국내에 거주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한 탈북자는 "김씨는 남한에 거주할 때 중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탈북자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며 "브로커 활동을 하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재입북한 탈북자의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은 남한 생활이 힘들다고 선전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탈북을 차단하고 체제 단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탈북자가 남한에서 귀환하는 현상이 더 많아졌다고 보여줌으로써 체제 내부를 결속하고 남한 당국과 탈북자에게는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