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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비 2조4000억 쏟아붓고도 처참한 실적낸 이통3사, 그래도 웃는 이유는?

[재경일보 김상현 기자] LTE(롱텀에볼루션)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극에 달했던 올해 3분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비(판매수수료+광고선전비)가 무려 2조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명의 순증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평균 876만원을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인 수준이다.

이통사들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마케팅비를 집행하고도 3분기 실적이 대폭 하락한 데다 가입자 유치 효과도 미미해 겉으로만 보면 ‘헛돈’만 쓴 셈이 됐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호구(?)’가 아니다. 이들이 2조원이 넘는 마케팅비를 투하해 순증 가입자 1명에 876만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은 이를 통해 상응하는 이윤을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은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한 결과로 순간적으로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들로부터 본전 이상을 뽑아낸다.

요금이 비싼 LTE로 고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엄청난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조금을 쏟아부어 소비자들이 비싼 LTE 단말기를 마치 싼 가격에 사도록 미끼를 던진 후에 이들이 LTE 가입자가 되면 결국에는 요금부담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것은 ‘순간’이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최소 ’2년 동안’은 요금을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동영상이나 게임 등 다양한 LTE 기반 부가서비스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해낸다.

결국 이통사의 과도한 마케팅비는 소비자들의 요금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3분기 이통3사가 지출한 마케팅비는 SK텔레콤 1조350억원, KT 7340억원, LG유플러스 6747억원 등 총 2조4437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3분기 1조7120억원보다 약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6.4% 줄었고 LG유플러스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T는 BC카드 등 자회사 영입 효과로 영업이익이 4.3% 상승했지만 통신사업만 놓고 보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받고 있다.

이통3사가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2조원이 넘는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것은 LTE 스마트폰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이 와중에 출고가 100만원대였던 갤럭시S3 LTE 등 최신 기종이 최저 17만원에 판매돼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같은 과열 경쟁의 영향으로 LTE 가입자가 3분기 기준 SK텔레콤 566만6000명, KT 249만명, LG유플러스 356만4000명으로 증가하기는 했다.

그러나 순증(신규-해지) 가입자 수는 마케팅비 규모와 비례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마케팅비를 투입한 SK텔레콤은 11만9000명, LG유플러스는 16만8000명이 순증하는 데 그쳤고, KT는 오히려 8000명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사의 총 순증 가입자는 27만9000명으로 28만9719명인 2분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엄청난 마케팅비에도 불구하고 순증자는 2분기만도 못했던 것이다.

3사가 1명의 순증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평균 876만원을 들였다는 계산도 나온다.

또 3분기 번호이동 건수가 총 353만4000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번호이동 가입자 1명을 끌어오기 위해 이통사가 지출한 대가는 평균 69만원으로,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통3사는 3분기에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로 처참한 실적을 냈음에도 표정이 어둡지 않다. 이는 요금제가 비싼 LTE 가입자를 대거 유치한 탓에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조금 경쟁은 짧은 기간에 수많은 2세대(2G), 3세대(3G) 가입자를 LTE 가입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 3사의 LTE 가입자가 3분기 동안 총 463만명이나 증가했다.

그리고 LTE 요금제는 기존 요금제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입자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수익이 크다. 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일제히 상승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3사의 ARPU(가입수익 제외)는 SK텔레콤이 2분기 3만2923원에서 3분기 3만3135원으로, KT는 2분기 2만9447원에서 3분기 2만9970원으로, LG유플러스는 2분기 2만9282원에서 3분기 3만565원으로 모두 올랐다.

ARPU는 매출증대와 이익개선의 기반인데, 3사의 ARPU는 LTE 보급이 시작된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영증권 최윤미 연구원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통신사들의 3분기 실적은 부진하더라도 내년에는 시장 경쟁이 완화하고 ARPU가 상승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2%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이통사들은 실적 부진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ARPU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보조금을 투입한 셈이다. 이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ARPU 상승효과는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와 최신 단말기를 경험한 LTE 가입자들이 다시 3G나 2G 서비스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보조금 지급을 통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LTE 가입자들은 지속적으로 이통사들의 수익을 개선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이통사는 또 LTE 가입자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어내기 위해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LTE 기반 부가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결국 이통3사가 3분기에 퍼부은 2조4437억원의 마케팅비는 가입자의 요금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다.

물론 가입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는 만큼 이전보다 빠른 데이터 속도와 풍성한 스마트 서비스를 누리게 된다.

문제는 이통사의 홍보와 마케팅이 LTE에 집중된 탓에 2G, 3G 서비스 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통해 LTE에 가입하기보다 LTE만을 내세우는 이통사의 의도와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비싼 요금제의 LTE에 가입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도 요금이 너무 비싸다며 불만족하고 있다.

8일 녹색소비자연대가 스마트폰을 이용해본 3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동통신사 요금체계와 요금 수준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59.3%에 달했으며, 만족한다는 소비자는 5.9%에 불과했다.

현 요금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전체의 54.4%가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