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고객이 맡긴 자산 수백억원을 고객 동의 없이 마음대로 투자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전직 은행 지점장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고객 예금을 별도 동의 없이 외부 기업 등에 대출한 혐의로 기소된 시중은행 전 지점장 정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는 은행 내부의 금융상품 운용·관리에 한해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것"이라며 "별도 동의 없이 외부 회사에 대여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한 것은 유죄"라고 판시했다.
이어 "정씨가 업무 실적을 쌓기 위해 2년여 동안 46회에 걸쳐 약 460억원을 횡령한 점, 은행 지점장이라는 사회적 지위에서 고객의 신뢰를 악용한 점 등에 비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세 부분으로 나뉜 공소사실 가운데 두 부분은 고객 동의가 없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정씨는 VIP 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하면서 재일교포 사업가 강모씨 등으로부터 총 684억원을 위탁받은 뒤 고객의 신임을 얻어 얼렁뚱땅 차명계좌 수십 개를 만들어 자금을 분산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코스닥 상장사 등에 위험한 투자를 해 총 672억원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은행에 인감도장까지 맡긴 고객의 포괄적 동의 범위를 넓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