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세계 경제침체와 연말 대선으로 인해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유보하고 현금보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의 9월 평균잔액은 1819조원으로 1월의 1757조원에서 3.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1729조원에 비해서는 5.21% 늘어났다.
이는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의미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 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을 합친 것이다.
특히 대표적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평균잔액 기준으로 올해 1월 45조2000억원이었던 MMF 평균잔액은 9월에는 49조8000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8일까지 집계한 전체 설정액 기준으로 보면, MMF로의 자금 유입은 더 확연해 1월 2일 5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던 MMF 설정액은 11개월 만인 8일 76조8000억원으로 43.3% 급증했다. 전체로는 전달의 같은 날보다 매일 1000억원씩 많아졌다.
MMF 설정액은 또 올해 213일간의 거래일 중 15일만 일자별 설정액이 전월의 같은 날보다 줄어들었다.
단기 부동자금 중에서도 MMF의 증가가 가장 컸던 것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자금 유입이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3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최근 MMF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부자들이 대부분 때를 기다리며 현금을 보유하려다 보니 고액 자산가들이 가진 전체 자산의 40% 정도가 MMF 같은 단기 현금성 자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MMF 외에도 올해 초부터 9월까지 단기 금융상품별 평균잔액은 동반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평균잔액이 1월 74조원에서 9월 79조8000억원으로 7.8% 늘었다. 같은 기간 수시입출식저축예금은 250조원에서 295조6000억원으로 18.24%, 현금통화는 40조9000억원에서 42조1000억원으로 3.0% 각각 증가했다.
금융시장에 단기자금이 늘어나는 동안 증시는 자금조달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올해 1월 2764억원의 자금 조달을 했던 국내 증시는 9월 조달금액이 428억원으로 급감했다. 9개월 사이에 84.5%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난 8일 10월의 광의통화 평균잔액이 전년 동월 대비 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 증가세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지점 이관석 팀장은 "증시 불안, 저금리, 부동산 침체로 요즘 부자들은 돈을 불릴 곳이 마땅치 않다"며 MMF를 중심으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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