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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국기업 M&A 작년 82건… 일본 18% 수준에 아시아 편중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국경간 인수합병(M&A) 건수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작 82건에 그치는 등 동아시아 3개국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는 외국기업의 M&A가 아시아에 편중되고 있어 지역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외국기업 M&A 건수는 모두 82건으로 일본(453건)의 18.1%에 불과했으며, 중국(195건)에 비해서도 42.1%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작년 한중일 3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단순 비교할 경우 그렇게 적은 편이 아니지만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보면 좀 더 활발한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살펴보면, 중국이 세계 2위(7조3185억달러), 일본이 3위(5조8672억달러), 한국은 15위(1조1162억달러)였다.

한국의 국경간 M&A는 지난 2000년 총 6건에 불과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88건까지 늘었으나 2009년 78건으로 10건이 줄어든 후 2010년 80건, 작년 82건으로 조금씩 늘고 있으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453건을 성사시키면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국경간 M&A 건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국경간 M&A 건수 격차는 2000년 100건(한국 6건, 일본 106건)에서 작년에는 371건(한국 82건, 일본 453건)으로 크게 벌어졌다.

중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국경간 M&A 건수 자체는 적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

작년 중국의 국경간 M&A는 195건으로 일본(453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2000년 11건에서 11년 만인 작년 195건으로 17.7배나 늘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 기간 13.7배(6→82건), 일본은 4.27배(106→453건)로 증가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재우 박사는 "일본기업은 돈이 많아 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중국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의 M&A가 활발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한국은 대기업을 빼고는 기업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불경기 영향도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재정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지금이 선진국 기업을 인수 합병할 기회인데 한국 기업들은 너무 아시아에 치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 윤성빈 연구원은 "국내기업의 전체 M&A 가운데 아시아 지역 비중은 2010년 64.6%, 작년에는 41.3%나 됐다"면서 "반면에 일본은 유럽,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최근 미국의 통신회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1조5709억엔(약 2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다케다약품공업은 스위스 제약 대기업인 나이코메드를 1조1086억엔(약 15조6000억원)에 사들이는 등 일본은 세계 주요국에서 M&A를 펼치고 있다.

윤성빈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기업들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기술 및 특허, 브랜드 확보 등의 측면에서 M&A를 신중하게 검토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