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내년 경기 바닥찍고 상승"…긍정론도 있어
내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힘을 받고 있다.
수출 의존적 성격이 강한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세계경기 회복을 통한 수출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 세계경제가 확실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개선 속도는 완만하겠지만 한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내년에는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美ㆍ中 경기회복 지연에 저성장 지속
증권사와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가 2~3%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아직 한국 경제 안팎으로 성장 모멘텀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징을 감안할 때 세계 경기가 회복돼 경기 회복을 예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주변 환경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수출을 통한 경기 반등이 가능할 만큼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개선 조짐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주요 투자은행(IB) 11곳은 내년 미국이 1.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7.8%)에도 7%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을 낙관하기에는 한국의 대내적 여건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기업부문의 설비투자가 지연된 탓에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눈앞에 닥친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돼 당장 수출개선 조짐이 크지 않다"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세계경제 위기가 완화하면 수출 상황이 나아지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내년 4% 성장할 것으로 것이라는 정부 전망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수출 회복 없이 내년 상반기에 환율 절상 압력까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수출이나 환율 등 주변 환경이 그리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정부가 예상하는 4.0%의 경제 성장은 달성하기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대 박사도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둔화를 감안하면 정부가 상정한 4% 경제 성장은 낙관적 전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힘 실리는 경기바닥론…수출개선ㆍ재정절벽 관건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기바닥론'과 함께 긍정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됨에 따라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기존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시점의 문제일 뿐 결국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절벽 우려 해소를 위한 협상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재정절벽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며 "재정절벽을 맞아도 내년 1월4일 의회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부문에 대한 감세 조치를 시행하고 자동재정지출 삭감을 완화하는 데 합의하면 충격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개막하면 그동안 미뤄둔 경기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중국 경제가 내년 다시 8%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와 민간ㆍ국책 연구기관 15곳이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평균 3.2%로 제시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회복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경기개선 속도가 완만하기 때문에 수출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동반 개선되면서 경제성장률이 3.4%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에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양호한 고용여건과 국제유가 안정에 따른 구매력 개선에 힘입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1.6%에서 내년 2.7%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전년 동기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올해 3분기를 저점으로 내년 말까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