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장기 불황에 주유비, 일반음식점(외식비), 카드사용액 증가율이 모두 역대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특히 국제유가가 올라도 사용량과 금액이 줄지 않는다는 주유비까지도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맥없이 무너져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현황'에 따르면, 2012년 8월 신용카드 사용액은 28조5404억55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율로는 공식 통계 집계 이후로 역대 최저치다.
올해 들어서도 카드사용액 증가율은 1∼7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7.5∼13.6% 수준에서 움직였지만 8월 들어 갑자기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7월(전달)의 13.6%에 비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갑자기 뚝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총 카드소비 증가율이 올해 8월 2.7%로 크게 낮아진 것은 심각한 경기악화로 인한 소비 위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용액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비의 8월 사용액은 전체 사용액의 11.4% 수준인 3조2429억400만원이었는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2.0%로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식비와 함께 사용비중이 10%를 넘은 주유비(10.7%)의 8월 사용액은 3조516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2.4%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인 동시에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주유비는 소득탄력성이 크지 않아 고유가 행진에도 사용액이 줄지 않는다는 그간의 공식이 처음으로 깨져, 올해 초부터 지속된 세계 불황으로 인한 내수 타격과 소비 침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29.26원으로 2010년의 1710.41원보다 무려 12.8%나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11년 1∼11월 하루평균 휘발유 국내 판매량은 18만9707배럴(bbl)로 전년 18만8852배럴을 넘어선 것은 물론 1997년(19만5501배럴) 이후 최대 소비량을 기록했다. 이는 한시적으로 지속되는 고유가가 실제 주유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소득탄력성이 크지 않은 유류비까지 줄인 것은 저성장 기조에 생계부담이 말할 수 없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외식비까지 줄인 것은 그만큼 장기불황으로 생계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도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급격히 둔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올해 8월 즈음 유가에 큰 변동이 없었는데도 주유비를 급격히 줄인 것은 여가·문화·여행 등 소비의 극심한 부진이 직접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