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지나치게 경직된 검사 방식을 바꾸고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해마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검사에서 `반성문' 요구를 최소화하고 `경고장'을 남발해 가벼운 법규 위반까지 지적하는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 관련 운영방향'을 마련, 최근 일선 검사 부서에 전달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금감원의 검사에서 확인서와 문답서를 남발하는 데다가 금융회사 임직원이 서류를 작성할 때 반성문을 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확인서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위법·부당행위를 자백하는 서류다.
문답서는 사안의 책임소재를 가릴 때 작성하는 서류로, 수사기관으로 치면 진술조서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연간 약 700건에 달하는 검사에서 생기는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운영방향을 마련했다.
우선 검사에서 위법·부당행위를 입증할 전표, 거래기록,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서 확인서·문답서 요구는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검사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돼도 위반 정도가 가볍거나 자체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았다면 해당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현장 조치로 끝내기로 했다.
이는 주의·견책 등 경징계에 해당하는 자질구레한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할 경우 정작 중요한 사안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또 금융회사 검사에서 제재를 마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150일로 제한했다.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회사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 검사에 착수한 지 200일 넘은 `장기미제'는 올해 안에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장기미제는 10여건 남아 있다.
금융회사의 결산과 경영계획 수립 시기인 연말·연초에는 정기검사를 되도록 자제한다. 금감원도 이 기간에 검사 내용을 정리하고 이듬해 검사를 준비한다.
제재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제재전담팀'을 금감원 검사 부서에 두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검사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지, 검사 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