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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보다 큰 동아시아 경제블록 'RECP' 협상 내년 시작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동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의 협상 참여국들이 2015년 타결을 목표로 내년부터 협상에 들어간다.

상품·서비스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대상을 국가가 아닌 지역 개념으로 확대한 것으로,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하다.

외교통상부는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이 같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계획'을 보고했다.

참여국들은 20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2015년 타결을 위해 내년 초 협상을 시작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참여국은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아세안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 6개국(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이다.

내년 초 무역협상위원회(TNC)를 구성하고 상품, 서비스, 투자 등 분야별로 작업반 회의를 연다.

협정서명 시기는 2016년으로 잡고 있다.

RCEP가 체결되면 인구 34억명의 시장을 형성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경제블록이 될 전망이다.

RCEP 참여국 인구는 34억명으로 유럽연합(5억명)을 능가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조7600억달러로 26조6000억달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작지만 EU(17조5100억달러)보다 많다.

무역 규모는 10조1천300억달러로 EU(12조2700억달러), TPP(10조1900억달러)와 엇비슷하다.

RCEP의 출발은 중국과 일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중국은 2004년 11월 아세안+3(한중일)을 묶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EAFTA)을 제안했고 일본은 2006년 8월 아세안+3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더한 동아시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EA)을 주장했다. 두 제안은 2009년 민간공동연구가 완료됐다.

두 협정에 아세안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탓에 성과가 없었으나 2011년 11월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RCEP 개념으로 통합돼 작업계획이 만들어졌다.

지난해부터 한·중·일 3국이 FTA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경쟁자격인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가시화하자 아세안 측이 태도를 바꿔 협정 주체로 나섰다.

이후 올해 8월 아세안+6 통상장관회의(AEM)에서 협상지침을 확정하고 작업반 회의를 거쳐 이번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협상개시선언을 하게 됐다.

외교부는 RCEP 협상의 쟁점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상품 분야 자유화 수준을 놓고 아세안은 자기들에겐 특별대우를 부여하되 한·중·일 등 여타 6개국에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요구한다. 중국과 인도도 아세안과 마찬가지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한다. 아세안은 이번 협상을 상품과 서비스, 투자에 국한할 것을 희망한다.

우리 측은 상품 자유화 수준을 미리 설정하지 말고 협상을 해가며 정하되 특별대우는 아세안에 한정하자는 쪽으로 추진방안을 짰다.

협상범위도 RCEP이 포괄적인 FTA가 되려면 지적재산권과 경쟁 등 규범 분야까지 포괄하는 쪽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RCEP 참여국가와 현재 체결됐거나 추진 중인 FTA의 동향, 수준, 범위 등을 고려하며 우리의 특혜 이익이 잠식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외교부는 또 이날 `한·중·일 FTA 체결 계획'도 국회에 설명했다.

계획을 보면 정부는 한·중·일 FTA 협상 결과를 RCEP 협상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는 한·중, 한·일 양자 협상, 한·중·일 3자 협상, 다자(RCEP) 협상 등 중국, 일본과 관련한 여러 개 FTA를 동시에 추진하는 고려해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양자 FTA 협상을 최우선으로 하고 양자 결과를 3자 FTA에, 3자 결과를 RCEP에 각각 반영한다는 것이다.

한·중·일 FTA 협상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20일 3국 통상장관회의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직후 3국 FTA 수석대표회의(차관보급)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상품, 서비스, 투자, 기타 등 모든 분야 협상을 동시에 개시하되 상품 분야는 양자 간 협상 위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든 분야의 협상을 일괄 타결할지, 순차(분야별 별도) 타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야별 협상을 동시에 하면서 협상 상황을 봐가며 정해 나가겠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서비스ㆍ투자ㆍ규범 분야는 원칙적으로 3자 협상으로 진행하되, 상품 양허 협상은 양자와 3자 협상을 병용해 우리 측이 중국과 일본에 서로 다른 상품 양허안을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둘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