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개미' 주식시장 이탈로 1억원 이상 대량거래 반토막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고액 자산가들이 증시를 떠나 안전자산인 `현금'으로 눈을 돌린 탓에 개인 투자자들의 1억원 이상 대량거래 건수가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 넘게 났다.

2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1억원 이상 대량매매거래 건수는 1만8243건으로 지난 2월 기록한 연중 최고치(4만3828건)의 41.6%에 불과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에 월평균 3만4952건을 보였으나 2, 3분기에는 각각 2만5578건과 2만5326건으로 줄었고 10월 들어 더욱 감소했다.

KDB대우증권 PB클래스 서울파이낸스 조원희 센터장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로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늘어난 유동성만큼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아 10월 이후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시장 전반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일부 우량주 외의 종목을 처분해 현금화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거래 감소세와 함께 개인 투자자가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50%대였던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투자자 거래비중(금액 기준)은 5월 이후 40%대로 떨어졌다. QE3 기대감이 높았던 9월 55.3%로 반짝 상승했지만 10월에 다시 48.9%로 내려앉았다.

월별 거래금액도 1분기 평균 121조6285억원에서 10월에는 90조4176억원으로 25.7% 감소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금액 일부는 즉시연금이나 채권 등에 재투자됐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의 9월 평균잔액은 1819조원으로 1월의 1757조원보다 3.5% 증가했다.

조원희 센터장은 "증시가 바닥을 쳤지만 상승 모멘텀이 없는 만큼 고액자산가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 미국 재정절벽 등이 해결된 이후인 내년 2∼3월께나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10월까지 개인 투자자의 1억원 이상 대량거래가 집중된 종목 대다수는 시가총액 10위권 이내의 우량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삼성전자로 4만9070여차례에 걸쳐 9조3252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이어 SK하이닉스(2만2787건·3조9086억원), 현대차(1만3207건·2조2689억원), LG화학(1만2693건·2조1천59억원), OCI(1만2692건·2조1천29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