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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보유 토지액 3년새 31% 증가… 1위는 롯데그룹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10대 그룹이 소유한 토지 장부가액이 3년만에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한 그룹은 롯데그룹이었고, 증가율은 현대중공업이 1위를 차지했다.

세계 경기 둔화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대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계열사 확장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늘렸고 그 결과 토지보유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부상의 자산을 재평가해 장부가액을 현실화하는 자산재평가로 토지가격을 시세에 맞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도 토지 보유액이 증가한 한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벌의 토지 집중에 대해서는 경제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638개 계열사가 보유한 업무용과 비업무용 토지 장부가액을 조사한 결과, 10대 그룹의 작년 말 현재 보유 토지 평가액은 모두 78조3279억원으로 3년전인 지난 2008년말의 59조9000억원에 비해 30.8%나 늘었다.

부동산 장부가액이 늘어난 것은 10대 그룹이 계열사 확장과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었던 데다 현 정부 초기 자산재평가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공시지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대형 인수합병으로 계열사가 불어나 보유 토지가 늘었다"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산 재평가가 허용되자 토지가격이 현실화된 것도 보유액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과 사업 영역 확장으로 토지 평가액이 증가한 대표 사례로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꼽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등 보유 토지가 많은 대형 회사를 계열사로 인수해 토지보유액이 78.5% 급증했고 현대차그룹도 현대건설 등 대형 인수합병을 많이 한데다 현대제철 확장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 규모가 많이 늘어나 토지 장부가액이 44.6% 늘었다. SK 그룹도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사업장을 인수해 보유 토지 장부가액이 3년새 31.8% 늘었다.

현 정부 들어 자산재평가가 허용된 것도 대기업의 토지보유액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2010년 자산재평가를 통해 토지 장부가액이 기존보다 2조4000억원 가량 증가한 게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룹별로는 롯데그룹이 13조6245억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해 1위를 차지했다.

롯데(79개사)의 토지 보유액은 지난 2008년 10조3153억원에서 3년 만에 32.1%나 증가하면서 14조원에 육박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계열사 사업장이 주로 전국 도심 지역에 있어 토지 가격이 높게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높은 서울 명동 지역 일대에 롯데백화점 본점과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81개사)은 롯데보다 1518억원 적은 13조4727억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 2위를 차지했다. 3년 새 증가율은 37.1%로 롯데그룹보다 컸다.

이어 현대차(56개사, 12조4000억원), SK(94개사, 10조원), 현대중공업(24개사, 7조8000억원), GS(73개사, 4조8000억원), 포스코(70개사, 4조7000억원), LG(63개사, 4조7000억원), 한화(53개사, 4조1000억원), 한진(45개사, 2조8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등 기업 인수와 사업장 확장으로 토지 보유액이 2008년 8조6000억원에서 작년 12조4억원으로 44.6%나 증가했다. 또 금액으로 3조4600억원이 늘어 10대 그룹 중 토지 장부가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K도 하이닉스를 인수해 토지 보유액이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등 토지 보유가 많은 회사를 계열사로 인수한 영향으로 4조3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3년 만에 78.5%나 늘어 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그룹은 3년 간 17.9%, LG그룹은 18.1%,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은 각각 14.8%, 18.2% 증가했다.

반면 GS 그룹은 신규 토지매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보유 토지가격마저 하락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보유액이 5조4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9.9% 감소했다.

그러나 10대 그룹의 토지 보유액은 늘었지만 그룹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10대 그룹 자산총액 중 토지 평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토지가격 하락으로 인해 2008년 평균 11.1%에서 작년 말 7.9%로 3.2%포인트 하락했다.

총 장부가액이 59조8731억원에서 78조3279억원으로 18조4548억원(30.8%) 증가했는데도 총 자산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전국 땅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보다 0.26% 낮은 상태다.

이 가운데 그룹별로는 롯데가 작년말 현재 16.4%로 자산 총액 중 토지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중공업(13.9%), 한화(12.0%), GS(9.4%), 현대차(8.0%) 등이 뒤를 이었고, 삼성(5.3%)과 LG(4.6%)는 비중이 낮았다.

그러나 10대 기업의 총 토지평가 규모는 여전히 증가세다. 2010년 말 76조3150억원이던 토지자산은 작년 말 78조3279억원으로 1년 새 2.6% 증가했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토지보유 증가가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경제팀장은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에 더해 토지 장악력까지 높아졌다는 것은 경제권력에 이은 토지권력까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자산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