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테마주가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하루만에 시가총액 1300억원이 증발했다.
테마주 관련 피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날 안철수 테마주를 보유한 개미 투자자들이 대부분의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개장 즉시 안철수 테마주가 하한가로 폭락하자 포털 사이트의 관련 종목 토론실에는 개미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졌다.
대표적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 토론방에만 "깡통을 찼다", "한강에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한다" 등의 글이 장 시작 후 1000여 건이나 올라왔다.
하지만 안철수테마주는 앞으로 더 내려갈 수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됐던 38개 종목은 직전 거래일보다 평균 5.25% 하락했다. 특히 안랩과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 핵심 테마주로 꼽혔던 9개 종목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안철수 테마주의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1조7416억원으로 하루 동안 무려 1300억원이 증발했다.
안철수 테마주 3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대선 테마주 열풍이 불어닥치기 직전인 작년 6월1일 종가 기준으로 1조2571억원이었던 것이 최고 5조1034억원까지 4배 이상으로 급등했었다.
대표적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은 전 거래일보다 14.96% 떨어진 3만5250원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초 기록했던 15만9900원(종가기준)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3530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621억원이 줄었다. 안랩의 시총은 한 때 1조원이 넘어가며 코스닥 시총 10위권에 진입했지만 현재는 49위로 밀려난 상태다.
다른 안철수 테마주인 써니전자와 미래산업, 우성사료, 솔고바이오, 다믈멀티미디어, 오픈베이스도 줄줄이 가격 제한폭까지 추락했다.
푸른기술(-13.42%), 대신정보통신(-8.29%), 휘닉스컴(-7.48%), 휴맥스홀딩스(-7.02%) 등의 하락폭도 컸다.
이런 가운데서 정책 테마주이면서 `문재인 테마주'로도 분류되는 인포뱅크와 대성엘텍, 투비소프트, 한창 등 일부 종목은 0.18∼9.06% 올랐다.
현재 안철수테마주 38개 종목은 금융감독 당국의 테마주 규제 강화 등 대책이 잇따르면서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지만 여전히 50%가량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증권가 전문가들의 판단이어서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올랐던 안철수 테마주들의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감독당국과 증권가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빨리 테마주에서 손을 털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기대감만으로 움직였던 테마주가 폭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안철수 테마주의 주가 흐름은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금이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안철수 총리설' 등이 나오면 어느 정도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어차피 투표일인 내달 19일 이후에는 테마 소멸로 폭락이 불가피한 만큼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능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낫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