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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 협동조합 출범… `벼랑 끝' 처우 개선 나서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박봉에다 밤새 취객에게 시달리는 등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대리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권익 찾기에 나섰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명은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시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조합은 현재 100여명으로 시작하지만, 전국 10만여 대리운전기사가 함께하길 꿈꾸고 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이번에 협동조합을 꾸리게 된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9시간가량 일해 한 달에 대개 200만원을 벌지만 수수료 20%를 콜센터에 주고, 보험료 6만원에 콜 프로그램 비용 1만5000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콜센터가 '서비스가 나쁜' 대리운전 기사에 '락'을 걸어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콜이 안 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 '락'에 걸리면 콜을 받지 못해 순식간에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대리운전을 신청한 고객이 해당 기사가 불친철하다며 콜센터에 항의하면 콜센터는 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이런 '락'을 거는데 고객 중엔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문제다.

대리운전을 요청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취객들이 많고 따라서 시비도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대리기사들은 콜센터가 자신의 소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락'만 건다고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한 대리운전 기사의 불행한 죽음을 계기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지난 2010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취한 고객이 한 대리운전 기사를 내리게 하고서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노동단체들은 대리기사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아직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원 조합원 권익뿐 아니라 사회 기여활동도 펼친다.

대리운전하러 다니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경찰에게 알리는 '시민안전지킴이' 활동이 그것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가진 단말기는 개인 위치가 추적되기에 경찰이 신고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고 조합이 본격적으로 결성되는 대로 관계 당국과 서비스 시행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1일 설립 신고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조합은 우선 교육위원회와 권익위원회를 두고 해당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교육위원회에서는 대리운전에 필요한 교육, 교통사고 발생 시 대처법, 지리정보 교육 등을 한다.

권익위원회는 사고 발생 시 조합원을 지원하고 콜센터 등과 처우개선 협상을 벌인다.

내년 3월께 자체 콜센터를 세워 운영한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