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정부가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문제를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등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택시업계 달래기를 위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택시업계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공급 과잉 해소와 유류 다양화 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과 관계부처 간 이견 등으로 택시업계가 수용할 만한 특단의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안돼 택시 대수를 당장 많이 줄이기 어렵고 연료 다양화 문제는 여러 부처의 반대로 역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공급 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택시 총량제를 도입해 5년 동안 균등 감차(대수를 줄이는 방안)를 추진하기로 하고 국회에 50억원의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업계가 체감할 수 있을 만한 감차가 당장 이뤄지기 어렵고, 현재 65대 35 비율인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 비율 조정도 논란이 될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유류 다양화도 세금 감면과 재정부담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택시업계는 대다수 부탄(LPG)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정부로부터 유류세연동보조금을 받아 현재 리터당 221.36원인 유류세를 사실상 모두 감면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현재 리터당 528.75원인 유류세에 대해 440원의 보조금을 지원해달라는 입장인데, 세무당국은 버스 등 다른 업계와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택시업계만 전폭 지원해주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반버스 회사는 리터당 380.09원의 유류세연동보조금을 받고 있어 택시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이에 맞춰 보조금을 더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택시의 연료를 경유로 교체하려면 차량도 교체해야 하는데다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환경부가 반대하고 있다.
천연가스(CNG) 연료 사용은 유류세가 60원 정도로 싸기 때문에 세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CNG 충전소가 거의 없는 데다 택시마다 가스통을 새로 사야하는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 인상안도 물가 상승 문제로 부산시 등을 제외하고는 당장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부산시만 내년 1월1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리기로 확정했다.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시 택시업계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의 2400원에서 320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정부가 수용할 만한 대책을 마련해오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폐기할 계획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음 달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 통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택시업계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