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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유모차' 스토케 등 외제 유모차, 가격만 비싸고 국산보다 품질 나빠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소비자의 허영심을 노린 외제 유모차의 고가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고가 제품의 품질이 저가제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대에 100만원을 훌쩍 넘어 일명 ‘벤츠 유모차’로 불리는 노르웨이산 유모차 ‘스토케’는 품질이 저가제품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고, 역시 최고가 수준인 미국산 ‘오르빗 G2’도 스토케와 마찬가지로 품질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은 유모차는 36만8000원짜리 이탈리아산 ‘잉글레시나 트립’이었으며, 일본산 `콤비 미라클 턴 프리미에'(88만원)와 미국산 `그라코 시티 라이트 R'(29만8000원)는 품질이 가장 나쁜 것으로 평가받았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가 시트 사용·기동성·짐 보관·운행 편리성·접기·등받이 조절·대중교통 이용 등의 평가항목을 놓고 영국·홍콩·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한 유모차 품질 테스트 결과, 국내에서 판매하는 11개 제품(국산 2개·외국산 9개)의 경우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유모차들이 30만원대의 저가 유모차보다 품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국내에서 고가에 팔리는 노르웨이산 `스토케 엑스플로리'(169만원)와 미국산 `오르빗 G2'(145만원)는 6개 등급 가운데 4번째인 `미흡' 등급을 받은 반면, 국산 제품인 `리안 스핀 2012'(69만8000원)는 3번째 등급인 `만족' 등급을 받았다. 품질을 더 좋은 데 가격은 스토케나 오르빗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산 `맥시코시 엘리아'(93만원)와 `퀴니 무드'(158만원), 스페인산 `미마 자리'(179만원) 등도 `만족' 등급을 받았지만 가격은 국산보다 훨씬 비쌌다.

국산보다 가격이 싸면서 더 높은 등급을 받은 제품은 이탈리아산 `잉글레시나 트립'(36만8000원)이 유일했다. 이 제품은 미국산 '그라코 시티 라이트 R'(29만8000원) 다음으로 가격이 쌌지만 품질 평가는 가장 좋았다.

이 제품과 영국산 `맥클라렌 테크노 XLR 2012'(76만5000원)은 2번째 등급인 `구매할 가치 있음' 등급을 받았다.

일본산 '콤비'와 미국산 '그라코' 등 두 제품은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유럽 안전 기준 등에 일부 미달하는 부문이 있었다.

유럽 안전기준에 따르면 유모차에는 자동 잠금장치가 2개 있어야 하지만 두 제품은 잠금장치가 각각 1개뿐이었다.

11개 제품은 내구성·강도·안정성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가격이 비싸다고 품질이 반드시 뛰어난 것은 아니라며 고가의 외국 제품을 무조건 선호하기보다 유모차를 이용하는 어린이의 연령과 신체 사이즈, 생활환경, 사용 목적, 유모차 무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이 단체의 윤명 국장은 "국내 유모차 시장에서 고가의 수입제품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격과 품질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교시험 결과는 총점 100%를 기준으로 최선의 선택(76% 이상), 구매할 가치 있음(70~76% 미만), 만족(60~69%), 미흡(50~59%), 매우 미흡(40~49%), 구매하지 말 것(40% 미만) 등 6개 등급으로 분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