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짬짜미로 거액의 과징금 처벌을 받은 기업이나 일감 몰아주기 기업 등을 `공정기업'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삼성물산과 포스코, 현대모비스, 신세계, BGF리테일 등 27개 기업을 올해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등급 기업'으로 선정했다.
해당 기업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한 것으로 인정해 과징금을 최대 20% 깎아주고 공정위 직권조사도 최대 2년간 면제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짬짜미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 ▲시민단체 고발 등과 관련된 기업이 대거 포함돼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입찰 밀약이 문제가 돼 올해 6월 1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담합 제재를 받은 지 반년도 안 돼 공정거래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포스코강판은 컬러강판 가격을 밀약한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있다. 강판 시장의 규모로 미뤄볼 때 과징금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하도급업체를 압박해 납품단가를 깎은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3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노션은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고 내부거래 비중이 48%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 8월에 내놓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자료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며 이노션 등을 대표 기업으로 거론한 바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편의점주들에 대한 본사의 불공정 행위가 심각하다며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고발했다.
BGF리테일의 순익은 2006년 290억원에서 지난해 774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지만 CU의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2008년 5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5억원 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신세계는 공정위가 지난 8월 낸 자료에서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판촉행사비, 인테리어비, 물류비, 반품비 등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문제 삼은 곳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공정위의 공정거래 우수기업 선정에서 유일하게 `AA' 등급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정위를 맡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 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밀약하거나 제재를 받아야만 공정거래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는 거냐"며 "이 제도가 기업들의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BGF리테일, 이마트 등은 자사가 공정거래 우수기업에 선정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밀약이나 불공정거래를 한 기업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격한 선정기준을 적용해야만 제도의 취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담합 조사를 받거나 시민단체의 고발 등이 있다고 해서 공정거래 우수기업 선정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며 "객관적인 심사와 평가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