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맞아 정기예금 지고 적금 뜬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권에서 2%대까지 내려간 정기예금 대신 금리가 다소 높은 데다 4%대 금리까지 가능한 월 복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적립식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총수신은 658조6380억원에서 659조195억원으로 4715억원(0.07%)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적립식 예금 잔액은 28조2544억원으로 10월말 27조5730억원보다 6814억원(2.47%) 늘었다.

이에 반해 올해 8월 이후 계속 감소한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368조3480억원에서 지난달말 367조4328억원으로 9152억원(0.25%) 감소했다.

적립식 예금의 인기는 하반기 들어 더 높아졌다.

지난해말 23조1060억원이었던 적립식 예금은 올해 들어 매달 증가하고 있으며, 증가율도 상반기 평균 1.39%에서 올해 7월부터는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이면 특판 정기예금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적립식 예금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올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0월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3.08%로 정기적금 평균금리인 3.47%보다 0.39%포인트 낮다.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올해 1월만 해도 3.76%로 정기적금 평균금리 3.75%보다 0.01%포인트 높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 하락 속도가 적금보다 빨라 두 상품 간 금리차는 정기예금이 정기적금보다 0.40%포인트 낮았던 2010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시중은행의 적금 상품, 특히 월 복리 상품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0년 10월 내놓은 `신한 월 복리 적금'은 출시 1년반만인 올해 5월 가입계좌 수가 100만좌를 돌파했으며, 지난달말까지 105만600좌에 3조7800억원이 몰렸다.

이 상품은 금리가 최고 연 4.1%(우대금리 포함)이지만 월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4.27%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년을 부으면 최고 연 4.6%의 금리를 적용해주는 국민은행의 `KB 첫 재테크 적금'도 이달 30만좌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서 고객들이 체감하는 이율은 `초저금리'가 됐다"며 "특판예금도 거의 연 3%대여서 4%대 적금 상품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