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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승진… 경영권 승계 관심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그 역할의 폭과 범위가 최고경영자(CEO)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경영 구도 변화로 모아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로 그룹 운영의 축이 이동하면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뒤에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 이병철 회장이 큰 수술까지 받은 뒤여서 경영권 변화가 곧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국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뒤에야 총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 특검으로 인해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복귀한 뒤에는 올해에만 7번이나 해외 출장을 갔으며 베트남, 중국 등 현지 공장까지 직접 방문할 정도로 이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는 부품부문(DS)과 세트부문(DMC)을 망라해 사업을 챙기고 특히 대외적인 업무를 활발히 하는 등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폭의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룹 내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적응력이 빠른 젊은 인재들이 주축이 되는 '젊은 삼성'의 기반이 강화돼 그룹 전체의 세대교체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삼성전자 이돈주 부사장과 미래전략실 임대기·이인용 부사장 등 7명이 사장으로 올라간다.

또 순혈주의 등 기존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핵심 인재를 전진배치, 그룹 분위기를 일신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완제품(DMC) 부문 총괄 부회장 없이 현 체제로 운영되며, 금융부문은 부회장을 배출해 그룹내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5일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전보 8명 등 총 17명 규모의 201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발표했다.

사장단 인사 규모는 작년(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6명, 전보 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에 대해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면서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을 외곽에서 지원해온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는 2009년 부사장, 2010년에 사장으로 각각 승진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점쳐졌다.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는 미래전략실장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전격 기용했을 때도 이재용 사장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고 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인용 사장 내정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지금까지는 COO로서 CEO를 보좌하고 있었다면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최고경영진으로서 깊고 폭 넓게 삼성전자의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일가 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이번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근희 부회장 내정자도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점을 인정받아 승진이 내정됐다.

삼성코닝정밀소재 박원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코닝의 대표이사를 맡고 삼성중공업 박대영 부사장도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를 하게 된다.

삼성미래전략실의 임대기 부사장과 이인용 부사장도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임대기 사장은 제일기획 대표이사로 옮긴다.

삼성생명의 윤용암 부사장도 승진과 함께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이 밖에 삼성전자 이돈주 부사장(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과 홍원표 부사장(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도 사장으로 올랐다.

사장급 8명에 대해서는 보직 이동이 이뤄진다.

삼성전자 김기남 종합기술원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삼성디스플레이 조수인 OLED사업부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 윤주화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장으로, 미래전략실 이상훈 전략1팀장은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각각 이동한다.

이번 인사와 관련, 그룹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성장 사업에 무게를 두는 발탁 인사가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 내 불문율처럼 존재해온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들을 확대 중용했다.

언론계 출신으로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입사해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일해온 이인용 부사장은 사내·외 소통 강화와 그룹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KT 임원 출신으로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으로 부임한 홍원표 부사장은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사업부를 삼성전자 내에 신설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조수인 OLED사업부장 사장에게 사업을 맡겼다.

이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의료기기사업을 조기에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주의 인사원칙도 재확인했다.

가전·IT 분야 해외영업통인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공로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영전했다.

삼성미래전략실 임대기 부사장은 체계적인 기업광고와 브랜드 전략을 통해 그룹 광고역량을 끌어올린 점을 평가받아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DMC 총괄 부회장이 이번에 새로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삼성전자의 DMC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 선임은 없었다.

삼성생명 박근희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금융부문의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금융부문에서 실적 부진으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