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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유흥업소 내리고 동네의원·약국·편의점 오른다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손해보험사와 이동통신사 등 대형가맹점에 이어 일반 가맹점에도 수수료 인상을 통보, 동네 의원과 약국, 편의점 등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조만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오는 22일부터 새로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연매출 2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의 일부 동네 의원, 약국, 슈퍼마켓, 음식점, 제과점, 안경점, 편의점, 생활협동조합 등 일반 가맹점에 최대 20%의 수수료율 인상 방침을 전달했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 중소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이 1.8%에서 1.5%로 낮아지지만 연매출 2억원~1000억원의 일반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최고 2.7%까지 높아지는 개정안으로 인한 것이다.

개정안으로 동네의원들은 대부분 수수료율이 오르게 됐다.

동네 의원은 연매출 2억~5억원 수준인 곳이 전체 2만5000여개 가운데 2만여개에 달한다. 수수료율은 현재 2.6%에서 2.7%로 오른다.

동네 의원들은 1차 의료기관으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데 수수료율이 오르면 서민 부담만 늘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매출이 5억원을 넘는 동네 약국도 대부분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아 2.4~2.5% 수준이던 수수료율이 2.5~2.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수수료율도 개정안으로 인해 기존 1.8%에서 2% 수준으로 올라간 곳이 많다.

연매출 2억원이 넘는 광주 지역 100개 유통업체에도 수수료율을 2.0~2.7%로 0.2% 포인트 이상 올리겠다는 통지가 왔다.

해당 유통업체들은 대형할인점에는 1.5%에서 1.7~1.9%로 수수료율을 소폭 올리면서 중소형 유통업체에만 `수수료 폭탄'을 때렸다고 성토하고 있다.

음식점은 수수료율이 내리는 곳이 많지만, 연 매출이 2억이 넘는 한우 갈빗집 등을 중심으로 수수료율이 0.1% 포인트 이상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협동조합 사업체인 아이쿱생협은 전국 120여개 매장 중 대부분이 기존 수수료율에서 15~20% 인상된 평균 2.4%를 내라는 통보를 카드사에서 받았다.

하지만 노래방, 주점 등 유흥업소 수수료가 대폭 내려간 가운데 서민생활과 연계된 곳의 수수료가 오르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흥업소 수수료율은 4% 중반이었으나 96% 가량이 연매출 2억원 미만으로 분류돼 평균 1% 후반대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다급해진 여신금융협회가 연매출 2억원 미만이었다가 2억원을 갓 넘길 경우 우대 수수료율을 당분간 적용해주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성과는 거의 없는 편이다.

카드사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따라 전체 가맹점의 96%인 영세 가맹점에 1.5% 수준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 수수료 수익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 가맹점과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금융당국도 대부분 영세 가맹점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개선됐기 때문에 일반 가맹점과 대형 가맹점도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 가맹점 범위를 넓혀 수수료 혜택을 주다 보니 매출 규모가 큰 일반 가맹점이나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높아지게 됐다"면서 "전체적인 카드 시장 합리화를 위해 어느 정도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