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20%대 고금리 카드론을 통해 현금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고금리 장사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카드론이란 카드사가 회원에게 신용도와 이용실적에 맞춰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카드론 약관을 만들어 금리 인하요구권을 명시할 방침이어서 조만간 고객의 인하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이 20%~28% 미만의 고금리를 적용한 카드론 고객은 전체의 20~65%에 달했다.
20%~28% 미만의 고금리를 받는 카드론 회원 비중이 가장 많은 카드사는 현대카드로 65.89%에 달했다.
KB국민카드도 전체의 46.74%에 고금리를 적용했고 삼성카드(38.78%), 롯데카드(30.22%), 신한카드(20.17%), 하나SK카드(20.1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카드론 금리가 20% 미만이었다.
심지어 26%~28% 미만의 초고금리를 매기는 카드사들도 적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전체 카드론 고객 16.73%에 이 같은 초고금리를 적용했고 국민카드도 13.17%에 달했다.
신한카드(5.16%)와 하나SK카드(2.98%)도 이 같은 금리를 매겼다.
카드사는 이 같은 고금리 카드론 장사로 쏠쏠한 이득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1조352억원으로 2009년 한 해 카드론 수익(1조705억원)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2조1000억원을 돌파해 지난해(2조761억원)와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은 은행에서 더는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가 주로 찾기 때문에 지나친 카드론 금리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약탈적 대출' 소지가 큰 '카드 리볼빙' 서비스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저신용 고객이 카드론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커 카드사 간에 유치 경쟁이 일어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카드론 약관을 만들어 금리 인하요구권을 넣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표준 약관이 제정되면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급여·자산이 늘어나는 등 대출자의 신용도가 높아졌을 때 카드사에 카드론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카드론 금리 구간도 3개월, 6개월, 12개월 등으로 나눴으나 카드론에 저신용자가 많이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해 금리 체계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소비자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카드론 등 신용대출 금리마저 낮추면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