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올 1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에 사는 미혼 직장여성 9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로 전문직 남성이 누리던 '절대 인기'가 조금씩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여전히 전문직 종사자가 선호 배우자 1위이기는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인기는 곤두박질 친 반면, 고소득자의 인기는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선우가 응답자 900명을 300명씩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고소득·고학력·전문직 남성과 만남을 주선한 결과, 전문직 남성을 소개받은 여성 그룹의 84%(252명)가 호감을 갖고 실제 만남에 응했다.
또 고소득 남성을 소개받은 여성 그룹 중 실제 만남까지 이어진 비율도 전문직의 비율에 육박한 83%(249명)였다. 고소득 기준은 연봉 8000만원 이상으로 잡았다.
반면 고학력자를 주선받은 여성 그룹은 가장 낮은 76%(228명)가 데이트 장소에 나갔다. 고학력자 기준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전국 대학 의예과, 외국 명문대 학사 출신으로 한정했다.
2002년 같은 조사에서 전문직은 소개받은 여성의 95%가, 고학력자는 91%가 만남까지 이어졌고 고소득자는 여성의 75%만 교제를 응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고연봉 남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선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 미혼여성이 이제 '타이틀'을 버리고 '실속파'가 돼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우리나라 결혼시장에서 남자의 최고 조건으로 여겨졌던 직업과 학벌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며 "사회적인 성취가 소득 수준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40~1950년대 보릿고개 시절 1등 신랑감은 먹고 살 걱정 없는 공무원, 1960년대는 은행원,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어난 1990년대 후반까지 약 30년간은 대기업 직원이 가장 각광 받았고 21세기 들어서는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사(士)'자 전문직에 구애가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