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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디자인, 우연한 풍경은 없다

나무신문, 목재와 조경을 잇다 3 of 3


나무신문 창립 6주년을 기념해 생태, 영화, 커뮤니티 세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특색 있는 세 명의 조경설계가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호는 마지막 순서로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 소장을 만나봤다.  - 편집자 주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소장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소장

게으른 독자에게 김밥같은 신문, 나무신문 토양도 넓어질 것

김연금 소장은 조경가로서 색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1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있는 ‘커뮤니티 디자인 센터’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설계실에서 태어난 미학적 결과보다 삶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사람들과 일상의 풍경들에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바쳐왔다. 어쩌면 거대한 도시 공간 보다 도시의 소외된 작은 공간이 그녀의 실험적인 캔버스였는지 모른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선이나 면 같은 조형적 요소들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소통이었다. 한 평 정도밖에 안되는 공간에 넣을 수 있는 조경 요소라고 해봐야 나무 한 그루 의자 몇 개가 고작이겠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손을 거쳐간 ‘한평공원’ 안에는 조경수나 시설물보다 더 중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국내 최초로 시작된 ‘한평공원’ 프로젝트는 도심 속에 방치된 자투리 땅을 대상으로 주민참여를 통한 소통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도시연대의 커뮤니티 디자인센터에서 추진해온 시민운동의 하나였다. ‘주민참여’라는 말이 지금이야 자주 회자되지만 당시에는 익숙한 용어가 아니었다. 굳이 한 평 밖에 안되는 공간에 무엇을 만들 것이냐며 집집마다 물어보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내고 마을 잔치를 여는 등 주민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활동을 보고 일부에서는 이념성 있는 활동으로 치부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그린트러스트가 진행하는 ‘동네숲’ 프로젝트가 이 ‘한평공원’과 꼭 닮았다. 또한 요즘 서울시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주민참여’ 과정이 필수가 됐다. 격세지감이다.

 

“박원순 시장이 들어오고 마을만들기 사업을 모든 구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성북구에서 구민 대상 교육에 대해 커뮤니티 디자인 센터에 의뢰가 들어왔는데, 예전에는 시민단체가 하던 일을 관에서 진행하니까 주민들이 ‘무슨 의도가 있을 거야’하는 의심들을 갖기 시작해요. 오히려 처음엔 좋아하다가 반대가 늘더라구요” 시민단체의 활동은 오히려 당연하게 보면서 행정기관의 주민참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색다른 반응이 나타났다는 말이다. 일부 행정기관 담당자들은 이런 주민들의 소극적인 반응에 시민의식이 멀었다고 평한단다. ‘언제부터 우리 행정이 주민참여에 이렇게 적극적이었다고’

 

김연금 소장은 주민참여 프로젝트의 주체가 시민단체에서 행정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갑자기 행정이 돌변하는 태도를 보며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했는데, 처음엔 자연스런 과도기라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발전 과정이라고 본거죠. 그런데 요즘은 과연 주민참여 프로젝트가 일일이 행정에서 해야 할 일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죠.”

 

오히려 행정은 제3의 조직을 지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 주민참여는 새로운 국면을 맡고 있음에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조경가가 너무 전문성을 내세우는 것이 조경가의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커뮤니티가 중요하더라도 모든 조경가가 그런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주민참여는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너무 강조해서 도구화돼 가는 것도 문제’라고.


인터뷰 말미에 “나무신문이 6주년입니다. 조경가로서 목재 이야기 볼만하신 가요?”라며 물었다.  

 

"나무신문 스페이스 코너를 많이 봐요.
나무가 중심인 사례들이라 재밌게 보고 있어요.
‘나무가 다양하게 잘 쓰이고 있구나’ 그런거죠.
그걸 보면 오히려 조경하는 사람들한테 재료적 상상력을 일으켜줄 것으로 생각되요.
생각이 재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다른 생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앞으로도 디자인 정보를 좀 더 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설계하는 사람이 먹기 좋게 정보를 만들어 주면 좋을 듯해요.
김밥처럼 집어 먹을 수 있게 해주면 게으른 독자들은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목재와 관련된 다른 업의 사람도 편히 볼 수 있도록 지향을 넓혀주시길 부탁해요."

글_박광윤 기자 pky@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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