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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견기업 규모 세계 최저 수준… 대기업 등살에 '경제 허리' 끊길라"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국내 중견기업 규모가 세계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우리나가 경제구조가 개미허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세계적 경제대국인 독일은 중견기업이 규모도 적지 않고 고용인원은 무려 전체에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허리가 튼튼해, 왠만한 외풍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은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군(群)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주요국들이 앞다퉈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대 공룡'인 대기업의 등살에 치여 중견기업의 성장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기본법이 정의한 중견기업 기준은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군에는 속하지 않는 회사다.

2일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312만5457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1291개로, 비중으로 치면 0.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규모도 108만명으로 전체 1413만명의 7.6% 수준에 머물렀다.

중소기업이 312만2332개로 압도적 다수였고 대기업은 187개였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요 경제국의 경우, 중견기업 분류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미들 파워'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전체 360만개 기업 가운데 43만개(11.8%)가 중견기업이고 고용 인원은 1184만명으로 전체 46%에 달했다. 독일의 중견기업 기준은 연 매출액 100만~5000만유로(약 700억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이들 중견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서도 성장을 지속한 독일 경제의 힘의 근원이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또 독일과 비슷한 기업 분류 방식을 가진 스웨덴(13%), 스위스(2%), 네덜란드(1.2%), 영국(0.7%), 이탈리아(0.5%)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우리나라보다 중견기업 비중이 컸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연 매출액 2000만~4억위안(약 680억원)을 중견기업으로 보는 중국이 전체 1000만개 기업 가운데 45만개(4.4%)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비중이 가장 큰 편에 속했다.

연 매출액 10억엔(약 1200억원)으로 우리나라와 중견기업 기준이 비슷한 일본은 180만개 기업 중 6만6000개(3.7%), 200억대만달러(약 7200억원)가 기준인 대만도 127만개 중 2만7000개(2.2%)가 중견기업에 속해 역시 우리나라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보고서는 "독일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잘 나가는 것은 세계 최강의 중견기업 파워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견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