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지난해 부도로 폐업한 자영업자 두 명 중 한 명은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연령에 본격 진입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이 창업에 대거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창업전선에 뛰어들 경우 '파산'으로 불우한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결제원의 당좌거래 정지 내역에 따르면, 2012년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은 자영업자는 총 338명이었다.
이중 만 50~59세(1953~1962년생)의 자영업주는 159명으로 전체의 47.0%에 달했다. 이는 60대 이상(26.6%)이나 40대(22.2%)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며, 전체의 약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2011년에도 부도 자영업자 391명 중 50대(1952~1961년생)가 172명으로 44.0%에 달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는 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와 동시에 창업에 뛰어들며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1955년생은 2010년부터 정년(55세)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50대 자영업자 수는 총 175만6000명에 달한다.
50대 자영업자 수는 2009년 159만5000명에서 2010년 160만8000명, 2011년 169만7000명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50대 자영업자가 처음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30% 이상을 점하며 창업 열풍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과포화상태인 음식점, 호프집 등 저수익ㆍ과당경쟁 업종으로 뛰어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9년 국세통계를 분석한 결과, 창업자 100명 중 35명(35.1%)이 음식점, 의류점, PC방 등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활밀접형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40대와 50대에서는 음식점의 비중이 높았다. 최근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과당경쟁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문을 빨리 닫는 자영업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창업 3년 안에 휴ㆍ폐업한 자영업자가 전체의 47%에 달한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금부터 3년안에 폐업 계획이 있는 50대 자영업자도 9.5%로 10명 중 1명꼴이다.
벌이도 신통치 않아 지난해 50대 자영업자의 개인소득은 2896만원으로 40대(3537만원)나 40대 미만(3088만원)에 못 미쳤다.
부채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0대와 자영업자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각각 121.6%와 146.1%로 전체가구 평균 103.6%보다 나쁘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식의 창업이 지속한다면 대량 폐업과 도산은 물론 신용불량자,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은퇴자의 자금과 청년의 아이디어를 맞춰 공동 창업을 유도하는 등 베이비 붐 세대 창업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중소기업 재취업을 늘려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