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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료급여 6138억 '미지급'… 무상보육 위해 예산도 삭감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저소득층을 대신해 국가가 진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이 작년에도 6000억원이상 부족해 의료기관에 제 때 돈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상 보육 등에 필요한 예산을 늘리기 위해 미지급급 청산용 예산 4900억원 가운데 2800억원이 삭감됐다. 이로 인해 부자아이들의 보육비와 급식비를 대느라 저소득층이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12월31일 현재 예산 부족 때문에 병원 등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급여 비용은 모두 6138억원에 이른다. 지역별 의료급여 미지급액 규모는 ▲서울 1149억원 ▲부산 777억원 ▲경기 741억원 ▲경남 465억원 등의 순이다.

의료급여 지급이 밀리지 않은 지역은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의료급여 예탁금이 바닥난 상태다.

의료급여 재원은 정부(국고)와 지자체가 5대 5(서울) 또는 8대 2(나머지 지역) 비율로 나눠 마련하는데, 12개월을 거의 같은 액수로 나눠 달마다 20일께 예탁해놓고 의료기관이 의료급여 진료비를 청구하면 이 예탁금에서 지급한다. 어떤 달 지급에 필요한 진료비가 예탁된 예산을 넘어설 경우 부족한 금액은 다음달 예산에서 당겨 쓰는 방식으로 메워지지만, 초과 지급이 계속 누적되면 결국 연말께는 예탁금이 바닥나 지급이 중단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지난해 연말까지 의료기관들에게 주지 못한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 6138억원의 '빚'은 결국 이달 중 올해 예산에서 먼저 빼내 지급하는 방식으로 갚게 되는데, 이 같은 대규모 의료급여 예산 부족과 미지급금 발생 현상이 2010년 이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재작년 연말에도 의료급여 미지급금 규모는 지난해보다 많은 6338억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이처럼 계속되는 의료급여 예산 부족 사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 4900억원에 지방자치단체 분담금을 더하면 의료급여 미지급금 누적액 6000억여원을 올해 모두 탕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이른바 '미지급금 청산용' 예산 4900억원을 포함, 모두 4조4500억원을 올해 의료급여 예산으로 책정해 작년말 국회에 보냈지만, 국회에서 미지급급 청산용 예산 4900억원 가운데 2800억원을 삭감했다. 무상 보육 등에 필요한 복지부의 예산을 늘리기 위해 의료급여 예산이 희생된 것이다.

결국 올해 의료급여 미지급금 청산을 위해 마련된 재원은 중앙정부 예산 2100억원과 지자체 분담금을 더해 약 3000억원 규모로, 현재 3년에 걸쳐 누적된 예산 부족분 6000억원의 절반 정도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어서 올해 연말에도 다시 수 천억원의 미지급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마다 수가는 인상되고 보장성이 확대되는데 예산은 크게 늘릴 수 없어 미지급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도 이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추경이나 여러 방법을 통해 연내에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