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사실상 실업'에 해당하는 사람이 3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공식 실업자 수는 70만명이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실업자수가 공식 실업자수의 5배가 넘는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특히 취업준비생 수가 1년 전보다 10% 가량 급증했다.
4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자가 지난해 11월 389만7000명에 달했다.
`사실상 실업'은 통계청의 공식 집계에 들어가지 않지만 실업과 마찬가지인 사람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통계청 분류상 공식 실업자 69만5000명 ▲고시학원ㆍ직업훈련기관 등을 통학하는 취업준비생 21만9000명 ▲비(比)통학 취업준비생 36만3000명 ▲'쉬었음'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 102만6000명 ▲구직단념자 19만3000명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98만9000명이 포함된다.
사실상 실업자가 급증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7년과 2008년에 350만명을 밑돌았지만 2009년(389만7000명), 2010년(400만1000명), 2011년(394만6000명) 등으로 작년까지 4년간 줄곧 400만명에 근접했다.
고용은 경기후행성(경기 움직임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성향)이 강한 지표인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올해에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취업준비생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취업문이 좁아지자 아예 구직활동을 단념하는 청년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
`취준생'은 11월 현재 58만2000명으로 1년 전(53만명)보다 9.8% 증가했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공식적인 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실업과 다르지 않다.
청년실업은 사실상 실업을 높이는 주 요인으로, 사실상 실업자 중 15∼29세 청년층이 취업준비생을 포함해 무려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이 제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노동의 양과 질이 떨어져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밖에 구직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에 해당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늘어난 19만3000명을 기록했다.
명예퇴직을 했거나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구직을 포기한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은 143만8000명이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98만9000명은 전년 같은 시기보다 4000명 늘어났다. 이들 취업자의 근로시간은 하루에 3시간이 채 안 돼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단기 일자리가 많다.
이에 따라 공식 실업률이 아닌 사실상 실업 등을 반영한 체감 실업률을 토대로 해 고용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사실상 실업을 높이는 것이 청년실업인 경우가 많다"며 "고등학교ㆍ대학교와 취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하면 취업준비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재학생 일부를 선발해 채용 전제형 장학금을 지급하고 업무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등 프로그램을 그 사례로 들었다.
김 연구원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문제인데,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라 고용시장에서 고용창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 투자해 고용창출력을 높이고, 취업이 어려운 비경제활동인구는 창업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또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최근 늘어나는 일자리는 안정적인 정규직이 아니라 단기성 일자리"라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취준생은 갈수록 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 취업준비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