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며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국민행복기금'이 올해 상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30만~140만명으로 추산되는 신용불량자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금융분야 정책공약 가운데 실현 가능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가운데 국민행복기금 조성이 서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대표공약으로 파급이 큰데다 실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수위는 조만간 금융위의 업무 보고에서 국민행복기금 조성ㆍ운용을 비롯한 가계부채 부담 완화 방안을 정부에 주문하기로 했다.
정부도 국민행복기금 조성이 실현 가능하고 정책적으로도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 공약의 구체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여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올 상반기에는 기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행복기금 재원은 다음 달 21일 청산되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기금에서 정부에 배당될 3000억원과 캠코 신용회복기금 잔액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 1조8600억원을 바탕으로 조성한다. 금융위는 캠코가 이를 활용해 10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형태로 박 당선인이 주문한 18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공사채는 발행 금리가 낮은 만큼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도 조달 비용이 저렴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 채권에는 정부의 손실보전 단서가 없어 무보증채권 발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채권 발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신용불량자가 금융회사나 자산관리회사(채권회수 업체)에 진 연체채무를 적정 가격에 매입,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해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데 쓰인다. 통상 부실채권으로 불리는 무수익 여신(NPLㆍNon Profit Loan) 채권을 5~7% 정도로 할인 매입하는 점에 비춰 기금이 연체채권을 매입하는 적정 가격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는 연체채권을 이처럼 싼 값에 사들이는 만큼 장기분할 상환 방식으로 채권 회수율을 높이면 원금의 50~70%를 탕감하더라도 기금 운용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은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의 고금리 채무를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저금리로 전환하는 데도 활용된다. 캠코의 `바꿔드림론'을 확장한 개념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전환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