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자살 위험이 높은 '정신건강 고(高)위험자'가 36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정신건강 고위험자 관리체계 정립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27.6%는 평생 1번 이상 정신건강 질환을 경험하며, 우울증 등을 앓는 정신건강 고위험자는 약 368만1943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성별로 보면 여성(258만5955명)이 남성(109만8847명)의 2.4배였다.
정신건강 고위험자는 스트레스 처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대개 이혼·별거, 실직, 사별을 경험한 집단이 여기에 속하며, 상당 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또 이들은 일반인보다 자살에 이를 확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 가운데 10∼15%가 자살한다. 또 노년기 우울증은 심장병, 치매, 불안장애 등 신체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정신건강 고위험자의 관리를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등이 맡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지난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82.8%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응답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로 전문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9%에 불과했다.
정진욱 초빙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정신건강문제를 가족과 지역사회가 나눴지만 핵가족화와 높은 이혼율 등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관리 대책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정신건강 고위험자를 관리하기 위해 정신보건센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복지관과의 연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