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 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저(低)성장세가 계속되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재는 이날 원화 강세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되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이 왔지만 최근 우리 수출품목은 비(非)가격 경쟁력 갖고 있다"며 "업계 상황을 보면 자동차, 기계류 등은 영향받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참고해 환율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 현안과 관련해선 "오늘 유럽중앙은행(ECB)이 하반기 경제 개선을 시사했다. 미국도 재정절벽을 비켜가며 불확실성이 낮아졌다. 내년 이후 (미국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중국 수출이 지난해 12월에 예상을 웃돌았다"며 해외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국내 경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크게 늘지 않도록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설비투자가 정치환경 안정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이라고 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절상하고 있는 원화가치에 대해선 "기준금리는 환율속도 줄이는 데 효과 있다. 오늘 금리도 금리의 환율 변화 효과를 깊이 검토했다"면서도 "금리 결정이 환율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환율만 생각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겠다는 것.
그러나 "환율 감내 가능한지를 직접 언급할 순 없지만, 환율 변동폭 줄이고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환율 조정에 개입할 의사도 분명히 했다.
한은이 인수위 보고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서는 "인수위에서 요청이 오면 업무보고 하겠지만 현재까진 공식적으로 요청이 없다"며 "국가 경제에 대해 중앙은행이 진 책무가 여러 가지 있다. 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관련 부처와 협조가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방향을 물가안정에서 성장세 회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앙은행의 첫 번째 직무는 물가안정"이라고 선을 그은 뒤 "이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성장세회복에 관심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상승률에서 명목 GDP로 바꾸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농산물, 유가 등 우리가 제어하지 못하는 요인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오는 경우가 많아 과연 이를 금리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 대안으로 명목 GDP가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은행이 명목 GDP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른 나라의 정책 변화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저성장 지속'이러눈 표현이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처음 들어간 것과 관련해서는 "성장률이 오랫동안 낮아지게 되면 원래의 잠재력만큼까지 회복하기 어렵고 (아예) 못 돌아갈 수도 있다"며 "현재 잠재성장률은 4.0%가 안 되고,. 2012년에 2%대, 올해도 2.8% 성장해 이런 추세가 더 오래가면 4.0%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은이 그럼에도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 있다"며 "(조치를) 못 한다는 이유를 대외환경으로 설명했다. 성장의 `세(勢)'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할만한 정보가 없어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