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시내버스 38대를 태운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버스차고지의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 회사와 원한관계가 있을만한 최근 해고된 버스기사 4~5명을 방화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놓고 16일 2차 현장 정밀감식을 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30분에 걸쳐 외발산동 영인운수 버스차고지 화재 현장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 및 용의자 특정을 위한 제2차 정밀감식을 벌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무단횡단하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를 내고 해고된 전 버스기사 A(40)씨의 방화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A씨를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상태다.
경찰은 버스 블랙박스 영상에서 화재 직전인 전날 오전 2시 57분께 모자를 쓰고 후드티를 입은 채 사고 현장을 지나가는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찍힌 것을 찾아냈고, 이 영상을 본 영인운수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맞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해고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최근 영인운수를 찾아와 재취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은 영상을 보기 전부터 A씨가 범인일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 이처럼 진술했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만큼 영상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며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려면 확실한 단서를 포착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사람이 몇 명 더 있지만 그 중 A씨가 용의자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정밀감식에서 A씨를 용의자로 볼 수 있는 물증이 발견되면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영인운수 대표 박모(62)씨와 화재 최초 목격자 등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회사 내부의 불만자나 주변의 우범자가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사 경영진과 당직자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전날 오전 3시2분께 영인운수 버스차고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시내버스 38대가 불에 타면서 15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