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통상 소비가 가장 왕성한 12월이었음에도 지난달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극에 달했던 2009년 초 이후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휘발유 소비량은 2008년 고유가 파동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내수 침체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지갑도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다.
16일 기획재정부가 파악한 지난달 소매 분야 속보치에 따르면,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7.1% 늘어나는데 그쳐 2009년 4월(7.0%)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12월은 한 해를 통틀어서 소비가 가장 왕성한 시기로, 12월 기준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실제로 지난 2009년 20.0%, 2010년 14.5%, 2011년 18.4%로 두자리를 훌쩍 넘겼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2008년 12월 조차도 9.1% 증가했을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은 소비가 심각할 정도로 얼어붙은 것이다.
이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인 탓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0.7%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1월에 9.1% 늘며 보였던 회복세가 반짝하는 데 그친 셈이다.
대형마트는 매출이 5.9% 줄며 석 달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혹한으로 인해서 방한의류 등 월동용품이 잘 팔리는 부분적인 `한파 특수'도 있었지만, 경기 둔화와 추위로 인해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한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12월보다 5.8%나 줄었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고유가 파동의 끝물인 2008년 10월(-9.0%)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지난달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이 ℓ당 1935.58원으로 전월보다 20원 넘게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소비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가 수치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파와 폭설로 대외활동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