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중인 음료수 가운데 상당수가 치아 부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일주스가 이온·섬유음료나 탄산음료, 어린이 음료보다 치아 부식을 더 유발한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치아부식은 세균 때문에 발생하는 치아 우식과 달리 순수하게 먹는 것 때문에 치아가 썩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진보형 교수팀은 과일주스(오렌지 100% 주스·레모네이드 등 2종), 이온·섬유음료, 탄산음료(사이다), 어린이음료 등 4가지 범주에 해당하는 시판음료 7개 제품을 골라 제품별 산도와 치아 부식 발생 가능성을 측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에는 사람의 치아를 대신해 소의 이빨이 사용됐는데, 연구팀은 소 이빨을 각각의 음료에 하루 4차례씩, 매회 10분간 담그고 나머지 시간은 인공타액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총 8일간에 걸쳐 실험이 이뤄졌다.
이는 사람이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서 타액에 의해 음료수가 자연스럽게 씻겨 나가는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7개 음료의 평균 pH는 3.01로, pH가 7 미만이면 산성, 7 이상이면 알칼리성이다. 또 음료의 신맛 강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적정산도'는 오렌지 주스가 18.6㎖로 가장 높았으며, 사이다가 1.47㎖로 가장 낮았다.
실험 결과, 처음 이빨 표면(법랑질)의 경도(단위 VHN)는 정상범위(285~336)에 있었지만 모든 음료에서 8일 후에는 크게 낮아졌다.
이중에서도 오렌지주스에 노출시킨 이빨의 경도가 처음 318.4점에서 8일 후 218.6점이나 줄어든 99.8점으로 나타나 치아 부식이 가장 심한 것으로 평가됐고, 레모네이드 주스가 322.9점에서 157.7점이 줄어든 165.2점으로 측정돼 두번째로 부식이 심했다. 오렌지주스가 1,2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어 사과탄산음료(319.7→181.5), 어린이음료(316.7→183.0), 이온음료(320.1→183.9) 등의 순이었다.
뜻밖에도 대표적 탄산음료인 사이다는 실험 전 경도가 309.2점에서 226.8점으로 82.4점 줄어드는 데 그쳐 다른 음료보다 상대적으로 부식 정도가 덜했다.
반면 연구팀이 증류수와 인공타액에 번갈아 담가둔 대조군 이빨은 8일 후에도 이빨의 표면경도가 8.3점(308.5→300.2) 줄어드는데 그쳤다.
연구팀은 과일주스의 원료로 사용된 과일의 신맛 성분이 치아 부식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그 성분과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진보형 교수는 "특정 음료의 부식 정도를 떠나 평상시 캔 음료를 달고 산다면 치아 부식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음료를 마시더라도 한꺼번에 마시거나, 다 마신 뒤 물로 입안 구석구석을 씻어내는 게 치아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구강보건학회지에 발표됐다.